책소개
비비언 고닉의 ‘자전적 글쓰기’ 수업
이슬아 작가, 마리아 포포바 추천
자기 서사의 거장, 작가들의 작가로 불리는 비비언 고닉의 ‘자전적 글쓰기’에 대한 사유와 통찰을 담았다. 고닉은 에세이와 회고록, 비평 등에서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한 작가이자 오랫동안 논픽션 강좌를 이끈 글쓰기 선생이다. 그가 글쓰기를 가르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대신 읽는 법을 가르칠 수는 있다고, 경험을 이해하고 나를 발견하는 길을 안내할 수는 있다고 말한다. 이 배움의 여정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누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둘 사이의 관계는 어떠한가”를 묻는 ‘방법’이다. 제대로 묻기 위해 고닉은 여러 작가들의 에세이와 회고록을 아름다운 문장과 통렬한 사유로 분석한다.
이 탐구가 고닉이 생각하는 자전적 글쓰기의 핵심으로 나아간다. 진실한 서술자(페르소나)를 만들어야 하며, ‘상황’에서 ‘이야기’를 떼어내야 한다는 것. 내 이야기를 쓰고 싶다면 이렇게 물어야 한다. 서술자는 충분히 거리 두기를 하고 있는가? 신뢰할 만한가? 작가는 핵심 통찰로 이야기를 구조화하고 있는가? 독자를 사로잡을 만한 탐구가 글에 담겨 있는가? 서술자는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어떤 점을 발견하고 폭로하는가? 독자와 함께 묻고 답을 찾으며 이 책은 자전적 글쓰기 안내서, 자기 서사의 본질을 조명하는 해설서, 우아하고 예리한 문학비평 에세이를 오간다. 조지 오웰, 조앤 디디온, 나탈리아 긴츠부르그, 장 아메리, 마르그리트 뒤라스, W. G. 제발트… 고닉을 사로잡은 작가들의 빛나는 글은 또 하나의 선물이다.
비비언 고닉은 미국 뉴욕 출신 비평가이자 저널리스트, 에세이스트로 칼럼, 비평, 회고록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독보적인 글쓰기를 보여주었다.
뉴욕 시티칼리지를 졸업해 뉴욕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아이오와대에서 논픽션 저술을 강의했다.
1970년대 여성운동을 취재하며 『빌리지보이스』의 전설적 기자로 이름을 알렸고, 당시 쓴 글은 뉴욕래디컬페미니스트 창설에 영감을 불어넣기도 했다. 『뉴욕타임스』 『타임』 『네이션』 『보이스』『뉴요커』 등에서 발표한 특유의 일인칭 비평은 비평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버지니아 울프의 전통을 이으면서도 거기서 더 나아가 자기서사의 고백이라는 현대적 욕구를 반영했다. 널리 알려진 자전적 에세이들을 통해 ‘회고록의 부흥’을 일으켰다.
지금까지도 작가의 대표작이자 회고록 분야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사나운 애착』(1987)은 평생에 걸친 어머니와의 애증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푸은 『뉴욕타임스』 ‘지난 50년간 최고의 회고록’, 『옵서버』 ‘20세기 100대 논픽션’에 선정되었다.
지은 책으로 『짝 없는 여자와 도시』 『끝나지 않은 일』 외에, 『알리 마무드를 찾아서In Search of Ali Mahmoud』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 『사랑 소설의 종말The End of the Novel of Love』 『상황과 이야기』 『에마 골드먼Emma Goldman』 등이 있다.
가. 글의 구조
평소 책읽기를 즐기지만 사실 에세이나 회고록 같은 글에는 별로 눈길을 주지 않았었다. 그것은 내게 남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것이었고, 그런 관음증적 행태는 나의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비비언 고닉의 『상황과 이야기』는 나의 그런 편협한 사고를 단숨에 깨뜨려버렸다. 저자는 이 책에 대해, 15년간 예술대학 석사 과정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이 농축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결론은 글쓰기를 가르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재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회적인 방법이기는 하지만 글쓰기를 가르치기보다 글을 읽고 평가하는 방법을 가르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글을 읽고 평가하는 방법에 관한 책이 되는 셈이다. 그 말을 역으로 생각해보면 결국 좋은 글로 귀결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것이 나의 편협한 사고를 건드렸다는 말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어느 의사의 추도사를 대상으로 글의 짜임을 알뜰하게 설명하고 있다. 즉, 추도사는 선배 의사의 가르침을 받던 시절의 자신을 떠올린다. 이 기억은 추도사의 구조를 결정하는 구성 원리로 작용한다.
구조는 질서를 부여하고, 질서는 문장의 모양새를 다듬는다. 그리고 다듬어진 모양새는 언어의 표현력을 더욱 높인다. 그리고 마침내 농밀해진 표현력은 연상에 깊이를 더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들이 모여 멋진 드라마가 짜이는 것이다. 이러한 짜임새가 결texture이다.
결은 글에 대한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그리고 글을 쓰는 과정 내내 서술자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망각해서는 안 되며, 자신이 말하는 이유를 분명히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