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부양의 완벽한 장비는 지구 하나뿐, 인류 문명은 그런 지구의 자연 과정에 균형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사라질 뿐이다. 인류 문명의 지속가능성은 과학기술 발달과 자연자원 이용의 속도 조절에 달려 있다. 토지, 물, 에너지의 지혜로운 이용은 당장 삶의 쾌적성과 미래 세대의 지탱가능성을 보장한다.
환경을 파괴하는 범죄 ‘에코사이드’와
인간을 말살하는 범죄 ‘제노사이드’의 연계
이 뫼비우스의 고리를 끊을 사회-생태 전환의 길
세계가 들끓고 있다. 한쪽에 기후-생태 위기가 있다면 다른 한쪽에서는 불평등-인권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안팎으로 맞물린 환경위기와 인권위기의 연계성을 탐색하고 이 악순환을 끊어낼 사회-생태 전환의 길을 제시하는 인권학자 조효제의 신간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가 출간되었다. 우리는 인권과 환경을 서로 다른 영역의 문제로 다루는 칸막이식 사고방식에 익숙하다. 하지만 인류의 풍족한 삶을 위한 지구행성의 총체적 파괴(에코사이드)는 자연의 역습으로 인한 인간 말살(제노사이드)을 낳고 있다. 저자는 이제 환경과 인권의 심층적 관계에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지구행성의 정의’라는 큰 틀에서 인권·사회 정의, 기후·환경·생태 정의를 함께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작 『탄소 사회의 종말』(2020)이 인권의 관점에서 기후위기를 분석했다면 이번에 선보이는 신간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는 한발 더 나아가 기후-생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전환의 아이디어를 종합적으로 제시한다. 자연의 권리를 인정하기 위해 인권 개념을 대대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제안은 특히 이목을 끈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위해서 인간의 권리를 과감하게 축소하되 비인간 존재까지 포괄하도록 자연의 권리는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금의 위기 해소는 개별 제도를 손보는 땜질식 처방으로는 불가능하고, 사회경제 시스템의 대전환과 이후의 전망을 일관된 서사로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제안도 덧붙인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대전환의 결단이 필요한 시대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생태-사회 전환뿐이다. 사회·인권·정의 담론과 생태·환경·녹색 담론을 연결할 든든한 가교가 되어줄 이 책은 환경과 인권 문제를 함께 놓고 고민하는 독자들을 거대한 대화의 장으로 초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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