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로런스의 다채로운 문학세계를 보여주는 단편들!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D. H. 로런스의 대표 단편선 『패니와 애니』. 오늘의 관점에서 고전을 재평가하여 꼭 읽어야 하는 세계문학 작품들을 선보이는 「창비세계문학」 시리즈의 열두 번째 책이다. 초기작부터 원숙기까지 로런스의 다양한 작품...
처음 작품을 읽기 시작했을 때 사실은 내용이 진부했다. 신파성을 띠는 남녀 관계에 관련된 내용은 지금 사회에서도 범람할 정도로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통칭 ‘막장’드라마를 자처하며 제공되고 대중들이 소비하는 콘텐츠의 내용과 많이 흡사했다. 남녀 간의 사랑과 갈등, 사랑과 조건 사이에서의 선택, 집안의 반대, 계급 사이의 한계 극복 등이 이미 내겐 친숙하고, 따분할 정도의 내용이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 작품들은 모두 18세기 영국에서 나온 작품들이다. 공간의 차이는 둘째치더라도, 지금과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는 치밀한 서사구조나, 갈등관계를 18세기에도 잘 그려냈다는 점이 놀라웠다. 대체로 로렌스의 작품에서는 계급간의 갈등, 구조의 붕괴 속에서 개개인이 느끼는 혼란, 사랑과 성(性) 등이 자주 다뤄지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단편집 <패니와 애니>에 수록된 작품들이 더욱 비슷한 내용과 맥락이라서 배경과 인물만 바뀌고 서사의 흐름은 거의 동일하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