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이었다. 평소 느긋하게 시간을 갖고, 좋은 글귀가 눈에 들어오면 가끔 필사도 하는 것이 좋아서 주로 긴 호흡의 책을 읽는 것이 마음에 익숙하였다. 처음에는 이 책도 이러한 습관에 담아보려 하였지만 어찌나 눈이 손에게 책장을 어서 넘기라고 재촉하던지 필사는커녕 머릿속으로 장면을 상상하며 따라가는 것도 급급하였다. 그리고 몸은 힘이 들어가 왜 이리도 뻣뻣해지는지 중간에 몇 번이고 하릴없이 책을 떼어내고 잠시 쉬어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뒤가 너무 궁금한 탓에 어느새 손은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어찌된 일인지 책장을 넘기는 손가락이 시간이 갈수록 더욱 찌릿해졌다. 특히나 허균이 채석강에서 봉추거사와 만나는 순간부터는 글을 읽는 눈이 평소보다 몇 배는 더 속도를 내는 것 같았다. 점점 얇아지는 책을 느끼면서 마지막에는 허균이 홍장군의 나라를 바라보고 묘사하는 황홀경이 펼쳐질 것이라 생각하며, 그간 쌓여왔던 궁금증에 대한 갈증이 이제야 시원하게 해결될 것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