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양성 평등 세상이 실현될 수 있을까?
수천 년 동안 공고히 다져진 ‘남성성’의 실체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남자다운 남자’, ‘진정한 남성’의 프레임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그 성격과 형태가 변화했다. 전쟁이 빈번하던 고대 그리스·로마에서는 두려움 없이 전장을 누비는 용감한 영웅을 찬양했다. 그리스도교의 영향력이 널리 확산된 중세에는 욕망을 억제하고 정결을 지키는 성직자야말로 일반적인 남성을 초월한 ‘진정한 남성’이라는 이론이 확립되었다. 이후 박학다식한 르네상스 시대의 ‘팔방미인’, 정치·사상·학문 지식에 더해 공손한 ‘예의’를 갖춘 계몽주의 시대의 ‘젠틀맨(신사)’, 강인한 근육질 몸으로 가족을 부양하는 산업혁명 시대의 ‘노동자’, 포화가 쏟아지는 전장에서 나라를 위해 싸우는 세계대전 참전 ‘병사’ 등 각 시대는 ‘이상적인 남성성’을 설정해놓고 그것을 남성에게 주입해왔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하는 서구 역사의 흐름 속에서 시대와 사회가 어떻게 ‘이상적인 남성성’의 프레임 안에서 남성을 규격화했는지 펼쳐 보인다. ‘이상적인 남성성’은 결국 ‘위험한 남성성’, ‘해로운 남성성’이라는 이면의 모습으로 분출되었다. ‘위험한 남성성’의 피해자는 남성과 여성, 어른과 아이, 다시 말해 우리 모두다. 양성 평등 세상으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남성과 여성이 함께 해방되어야 한다. 아주 오랜 옛날에 형성되어 현재까지 우리를 옭아매고 있는 젠더 이미지를 찬찬히 짚어보는 것은 자유를 향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많은 여성이 배우자를 선택할 때 '기사도'를 이상적인 조건으로 꼽는다. 대만 사람들은 한국 드라마에서 기사도를 발휘하는 남자 주인공을 자주 만난다. 여자 주인공이 넘어지려고 할 때는 운동신경이 뛰어난 남자 주인공이 빠르게 달려와 붙잡아준다(현실에서라면 여자가 넘어지는 일이 더 많을 것이다). 또한 여자 주인공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남자 주인공이 멋지고 용감한 자태로 등장하여 여자를 구출한다(현실에서라면 여자가 자신의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더 현실적일 것이다). 기사도는 여성을 소중히 여기며 대가를 바라지 않고 헌신하는 특징을 지닌다. 다시 말해, 여성의 위기를 해결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남성의 행동은 영어권에서는 '빛나는 갑옷을 입은 기사'나 '곤경에 빠진 미녀'로 묘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