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시민 정치로 근대를 개척한 ‘한국의 볼테르’, 서재필
갑신정변의 주역으로 군사 책임을 맡았던 서재필은 그 실패 후 조선을 떠나 미국으로 망명하여 시민 민주주의를 접하면서 새롭게 태어났다. 11년 만에 귀국해서 독립신문을 창간하여 백성의 눈과 귀를 열었고, 독립협회를 창설하여 근대적 개혁과 자주권 회복을 위한 시민운동의 기반을 마련했다. 배재학당을 비롯한 여러 근대 교육기관의 학생과 청년들에게 자유와 자치의 민주적 이상을 설파하고 토론회를 조직하게 하여 이들을 애국계몽운동과 독립운동의 첫 세대로 성장시켰다. 개화사 연구의 선구자인 이광린 선생이 일찌감치 서재필을 ‘한국의 볼테르’로 칭한 이유이다. 시민 정치의 관점에서 서재필의 삶은 ‘시민 민주주의의 지향과 실천’으로 정리된다. 그의 시민 정치론은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목표를 잃고 방황하는 오늘 대한민국의 정치사회와 시민사회가 자유로운 도덕 공동체를 향해 나아가게 할 규범과 원칙을 제공할 것이다.
<서재필 평전 – 시민 정치로 근대를 열다>(이하 서재필 평전)은 서재필의 삶을 시민 정치의 관점으로 해석한 책이다. 시민 정치란, 전근대 사회의 사회적 풍습 및 사고에서 벗어나 근대로 들어오면서 백성이 아닌, 시민으로서 소양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인에게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민주주의 및 평등의식은 결코 한순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서구 유럽을 중심으로 오랜 투쟁을 거쳐 공론의 장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반면, 한반도의 근대화는 안타깝게도 자주적이었다기보다는 외세의 침략 및 이권 침탈로 시작되었다. 외부로부터 밀려오는 자극을 수용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였기에 중도적인 입장에서의 개화보다는 양극단으로 나뉘어 수용과 배척의 기나긴 줄다리기를 했던 셈이다. 이러한 격변의 시기 서재필은 조선의 만연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수용할 문화와 제도를 이식하기 위해 시민참여와 교육이라는 목표를 전면으로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