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인류 파멸의 날에 관한 잔혹하고도 우스운 진실!
1963년 6월, 미국의 서점가에『고양이 요람』이라는 소설이 등장한다. 특유의 블랙유머로 과학, 종교, 이념, 국가 등 기존 질서가 신성시하는 모든 가치를 풍자하고 조롱하는 이 책은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더니 대항문화를 대표하는 소설로 자리잡는다. 시대를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블랙유머의 대가, 미국 대항문화의 대변인으로 불리게 된 작가 커트 보니것은 이후 자신의 작품들에 스스로 점수를 매겼는데, 이 작품과 《제5도살장》이 A+를 받았다.
자유기고가 조나는 1945년 히로시마에 떨어진 최초의 원자폭탄에 관한 책 『세상이 끝난 날』을 쓰기 위해 자료를 모으고 있다. 원자폭탄의 아버지라 불리는 필릭스 호니커 박사에 대해 알아보던 조나는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지던 날, 박사가 집에서 ‘고양이 요람’이라는 실뜨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호니커 박사는 지구 멸망을 초래할 수 있는 또다른 살상무기인 아이스-나인을 개발했는데, 그 신물질을 세상에 발표하기 전에 석연치 않게 급사하고 만다. 그리고 조나는 우연한 기회로 호니커 박사의 유산―그의 세 자녀와 아이스-나인―이 있는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 샌로렌조 공화국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데…….
커트 보니것, 그는 작가이기 이전에 세계 2차대전에 징집된 소년이었다. 전선에서 낙오해 드레스덴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는 동안, 드레스덴에서는 히로시마 원자폭탄에 버금가는 인류 최대의 학살극이 벌어졌다. 눈앞에서 밤낮으로 퍼붇는 소이탄이 도시를 용광로로 만들었고, 13만 명의 시민들이 몰살당했다. 참상을 목격하며 그는 인간의 광기와 오만이 인류를 어떻게 위협할 수 있는지 뼈저리게 느꼈고, 훗날 열성적인 반전운동가이자 인도주의자가 된다.
그의 조국,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60년대 초까지 황금기를 구가해왔다. 급격한 경제성장과 획기적인 의학발전으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고, 핵무기와 막강한 군대를 통해 군사적으로도 사실상 세계를 제패하게 되었다. 미국의 기성세대는 이러한 시대를 살면서 과학기술의 매혹적인 측면과 자유의 수호자라는 자부심에 도취되어 이면의 거북한 진실들을 애써 외면해왔다.(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