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존 D. 레벤슨은 기독교와 유대교 사이 대화의 선두주자 역할을 하는 유대교 성서학자이다. 레벤슨은 이 책에서 성서 안의 다양성을 포용하는 유대교 성서 독법에 대해 눈을 뜨게 해준다.성서 안에서 하나의 관통하는 맥을 찾으려는 전통적 기독교 성서신학자들과 달리 레벤슨은 유대교 전통을 따라 본문 자체의 다양한 소리를 품어 안는다. 성서 본문 자체에 다양한 목소리가 있기에 그것을 하나로 묶어 버리면 본문을 왜곡할 수밖에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구약신학을 시내산과 시온, 즉 율법과 성전이라는 두 축으로 풀어낸다.
시내산은 하나님과 계약 관계에 있는 이스라엘 백성의 의무와 헌신에 대한 강령이다. 시온은 하나님께서 다윗이라는 한 사람의 신실함에 대한 대가로 준 영원한 약속을 대변한다. 이 책은 시내산과 시온을 통해 하나님에 대한 의무와 하나님의 약속 혹은 은혜 사이의 긴장 관계 속에서 구약성서를 보아야 함을 강조한다. 어느 하나만 중요시하면 그 균형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구약에서 시내산과 시온은 이스라엘 신앙으로 진입하는 두 개의 출입구로 묘사된다. 시내산은 모세 전승으로, 시온은 다윗 전승으로 이스라엘 신앙에 닿게 되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이스라엘 신앙의 모태는 시내산이다. 시 58:7-8에는 야훼께서 이 땅의 거처로 삼은 곳이 시내산임을 나타내고 있고, 출애굽기에서 시내산은 모세가 오른 산이기도 하다. 또한 시내산은 구약의 섭리가 적절히 표현된 율법의 산이며 율법의 언약을 통해 이스라엘의 백성들은 야훼의 은혜 속에서 많은 유익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시내산의 성격은 야훼의 일시적인 강림의 장소이며, 시온산은 야훼가 거할 장소로 정해졌다는 차이가 있다. 즉, 시온산은 구원의 장소(사 46:13)라는 것이다. 문제는, 히브리 성서에서 시내산과 시온산이 각각 사건의 중심이 되고 있기 때문인데, 이는 그동안 구약성서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 시내산과 시온을 별개의 의미로 파악하게 만드는 배경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자의 핵심적인 주장은 모세 전승인 시내산과 다윗 전승인 시온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온 신학의 자성을 요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모세 전승과 다윗 전승의 대립 관계에서 벗어나 모세 전승에 시온 전승이 포함된 것인 동시에 상호 긴장 관계를 통해 전승의 확장을 모색하는 영향 관계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