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인생의 종점을 향해가는 황동규가 생산해낸 신선하고도 해학적인 시의 향연!황동규 시인의 열다섯 번째 시집 『사는 기쁨』. 1958년 《현대문학》추천으로 등단한 이후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 미당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끊이지 않는 시를 향한 열정을 보여준 저자의 이번 시집은 칠십대...
‘사는 기쁨’, 이 어구는 살아가는데 기쁨이 되는 대상이나 대상물을 지칭하는 말이거나, 숨을 쉬며 살아가는 그 자체가 기쁜 것, 혹은 소비를 함으로써 오는 기쁨 등의 해석에 따라 서 여러 다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그렇다면 시집 《사는 기쁨》에서 황동규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사는 기쁨’이란 무엇인가? 비록 과제를 하기 위함이긴 했으나, 이 시집은 감상문을 쓸 시집을 고를 당시, 여러 시집들 가운데서도 ‘사는 기쁨’이라는 간결하고도 여러 의미를 지닌 제목 하나 만으로 단박에 나의 눈길과 관심을 끌었다. 원래 숨을 쉬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 그 자체에도 그다지 기쁨을 느끼지 않았고, 최근 다이어트로 인해, 나에게 있어서 살아가는데 가장 큰 원동력이 되고 기쁨을 주는, 최우선적으로 생각해온 가치인 식(食)의 기쁨을 잃은 나에게는, 어느 쪽 의미로든지 ‘사는 기쁨’이 없었기 때문에, 숱한 고난과 역경을 거치고, 인생의 흥망성쇠를 경험해본, 긴 인생을 살아왔고, 머지않을 죽음을 앞두고 기다리는 77세의 노인 황동규 시인이 말하는 ‘사는 기쁨’이란 무엇인지 무척 궁금해졌다.
시인은 산책을 하는 등의 일상생활 속에서나 산과 바다로 떠나는 여행에서, 자연을 관찰하고 그로부터 느낀 바를 생각하거나 스스로에게 묻고, 자신의 삶과 죽음에 적용한 결과를 비유와 상징으로써 시집에 수록된 시들 속에 담아내어 표현했다. 이러한 과정은 점점 약해지는 자신의 혼을 생각하는 내용인 시 <혼>의 ‘지금 내 삶의 좌표를 그린다면 … 포물선 기울기일 것이다. 망막이 뿌예지는 막막한 하강, 하강하는 건 나 …’ 구절이나 ‘몸이 공중에 붕 뜨는 느낌에 휩싸이는 저세상 같은 현기증일까?’, ‘다함께 숨 쉬며 거듭 보고 듣고 맡으라는 삶의 본때일까?’ 의 구절에서 나타나며, 시인이자 시 속의 화자인, 시인 황동규는 77세의 나이로, 자신에게 곧 닥쳐올 머지않을 미래인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스스로에게 삶과 죽음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사색에 잠기고 있다는 것을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