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기계 외길 70년, 기업인의 근본을 묻는 시간
화천그룹 창업자 권승관의 뚝심경영
서암 권승관은 1916년에 태어났다. 일제강점기였다. 모두가 가난했으므로, 그도 굶었다. 10대 소년 권승관은 일본인이 경영하는 주물공장 견습공으로 들어갔다. 기계와의 첫 만남이자 기업인의 근본을 묻는 시간의 시작이었다.
서암 권승관이 1952년 설립한 화천그룹의 역사는 한국 기계공업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한다. 화천이 세운 발자취를 잠깐 일별해 보면 알 수 있다. ‘국내 최초 벨트식 피대선반 개발’, ‘국내 최초 NC선반 개발’, ‘국내 최초 CNC밀링기 및 COPY밀링기 단독 개발’, ‘국내 최초 NCTC 개발’ 등. 가장 기본적인 공작기계조차 드물던 시절 서암은 선반을 국산화하고 독자적 기술개발을 멈추지 않았다. 어느새 화천은 ‘공작기계의 메카’로 자리매김했다.
오락가락하는 세상이다. 언뜻 무수한 가능성으로 가득해 보이지만 정작 뭐 하나 진득이 붙들고 물어지기는 또 어렵다.
“기계를 스케치해서 도면을 만들기까지 2개월이 걸렸다. 설계대로 모형을 뜨고 주형을 만들어 쇳물을 붓기까지 또 2개월이 소요됐다. 드디어 주형에 쇳물을 붓는 날.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찬물에 목욕재계한 뒤 새 옷으로 갈아입고 용선로에 불을 지폈다. 쇳물을 주형에 붓다가 뜨거운 쇳물이 발등에 떨어졌지만 나는 통증도 느끼지 못했다.”
우리나라 최초 공작기계인 벨트 구동식 선반의 탄생 순간을 서암 권승관 회장은 이렇게 표현했다. 일본인이 운영하는 철공소에서 주물공으로 일하던 권 회장이 해방 직후 공장을 넘겨받은 후 1952년 설립한 '화천(貨泉)'은 우리나라 공작기계의 효시이자 산 역사가 되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