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나답게 가볍게
〈나답게 산다는 것의 의미〉, 안상헌, 양 송 공저
나답게 살고 싶다는 염원이 거리를 떠돈다. 이 갈망은 때때로 수다 끝의 푸념으로 형상을 드러내고, 혹은 담배연기와 함께 한숨으로 나타나고, 종종은 술잔과 함께 눈물로 물화된다. 대개의 심리적 현상은 ‘지금이 싫다.’로 대표된다. 나답지 못한 지금의 모습이 너무 싫다, 가짜 나를 벗어 던지고 진짜 나로 살고 싶다는 뜻이다. 누군가 나를 끌고 가는 것 같은 이 현실이 너무 무섭다. 현실의 중력이 너무 강력하고 머릿속은 복잡하다. 그럴 때 ‘가볍게’를 주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불안하고 두려운 그 너머의 삶을 향해 걷고 있는 안상헌과 양송 저자다. 그들의 신작 〈나답게 산다는 것의 의미〉는 ‘의미’라는 무거운 단어와 달리 어떻게 하면 오늘 하루를 ‘가볍게 나답게’ 살 수 있는지 우화처럼 짧은 글과 아포리즘처럼 짧은 문장들로 독자를 안내한다.
카프카처럼 살아볼 것
밤늦도록 책 속을 여행하고 있었다. 엄마가 말했다.
“그만 자야지.” “더 읽고 싶은걸요.” “너무 늦었어.” “너무 늦었다는 건 있을 수 없어요. 시간은 영원해요.” “늦게 자면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 “아침에 일어나지 않아도 괜찮아요. 일찍 일어나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지어낸 이야기는 아무 쓸모가 없어.” “쓸모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재미있는걸요.” “근데 이 녀석이!” 불이 꺼졌고, 엄마가 이겼다.
한 소년의 고유성은 밑동이 잘리고, 그 자리에 타인의 규칙이 이식된다. 아이가 사라지고 어른이 길러진다. 이것이 인간의 역사다.
“모든 인간은 각자 고유하다. 그 고유성으로 세상에 영향을 끼치도록 되어 있다. 자신의 고유성에서 취향을 찾아야만 한다. 그러나 내가 경험한 바로는 학교도 가정도 이 고유성을 말살하는 데 급급하다.” _프란츠 카프카
카프카는 슬픈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지만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눈물이 베갯잇을 적셨고 그 자리에서 증오의 싹이 자랐다. 증오는 그의 문학을 지키는 수문장이 되었다. 카프카는 어른의 눈으로 좋은 책과 나쁜 책을 구별하지 않았다. 그 책이 가슴에 거센 파도를 일으키는지가 중요했다. 이것이 카프카가 자신의 고유성을 발견하고 길러가는 방식이었다.
카프카적으로 산다는 건, 나를 감동시키는 것을 좇는 것이다. 나의 고유성을 지키기 위해.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들리는 소리
“사람은 인생의 절반을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살고, 나머지 절반을 자기에게 돌아오기 위해 산다.” 칼 융의 말이다. 나답게 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인생이 절반쯤 왔다는 증거다.
나답게 살기로 결심했다는 말은 세상 속에서는 나를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뜻이요, 나다운 것은 내가 두고 떠나온 나의 과거에 있었음을 깨달았다는 뜻이다. 그래서 길을 돌이킨다. 안개가 걷히고 지난 삶이 보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