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에드워드 사이드 선집」제2권『저항의 인문학』. 문학비평가 에드워드 W. 사이드가 생전에 펴낸 마지막 책이다. 이 책에서 사이드는 보다 민주적인 인문주의가 가능하다고 호소한다. 인문학을 희생하려는 전략으로써 문화적 전통들 사이의 심도 있는 대화를 제안하면서 사이드는 언어와 말이야말로 역사적·정치적 변화를 추동하는 생동력 넘치는 힘이라고 역설한다. 나아가 오늘날 정전이 된 사상가들이 과거에는 혁명가였음을 지적하며 인문학 교육과 보다 민주적인 비판을 위한 설득력 있는 사례를 제시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은 혼자 조용히 책상 앞에 앉아서 눈과 손만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수동적인 행위로 보인다. 백면서생이라는 옛말이 의미하듯이 세상일과는 거리를 두고 추상적인 주제에 대해 고준담론을 늘어놓는 고급 취미 같기도 하다. 대한민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들 대부분에게 가장 익숙한 유사 경험은 교과서를 읽고 시험 답안을 쓰는 것일 텐데, 이것이야말로 주어진 텍스트를 한 치의 오차 없이 암기하여 그대로 옮기는 수동성의 결정체이다. 반면 저항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모여 시위를 하며 의견이 맞지 않는 현실의 적을 향해 싸우는 역동적이고 소란스러운 이미지가 떠오른다. 개인적이고 수동적인 읽기·쓰기와 집단적이고 적극적인 저항의 모습은 서로 접점을 찾기 힘든 정반대편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