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리커버 에디션: 매장 구매, 바로드림 구매 시에는 일반판과 랜덤으로 제공됩니다.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의 두 번째 책으로, 조예은 작가의 단편집이다. 안전가옥 오리지널 시리즈의 첫 책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에서 탄탄한 구성의 호러 스릴러를 선보였던 작가의 연출력은 단편집에서 더욱 다양한 색채로 빛을 발한다. 미묘하지만 분명한 폭력을 감내해 왔던 여성 빌런의 탄생을 그린 〈초대〉, 물귀신과 숲귀신 사이의 사랑스러운 이끌림을 담은 〈습지의 사랑〉, 블랙 유머를 통해 가부장제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오컬트 좀비물 〈칵테일, 러브, 좀비〉, 제2회 황금가지 타임리프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차지한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등 네 작품을 수록하였다.
■ 줄거리
〈초대〉
채원은 어렸을 적 억지로 회를 먹은 이후 17년째 목에 걸린 가시에 시달리고 있다. 남자친구 정현을 아끼던 마음에 균열이 생기면서 목구멍의 통증은 더해졌다. 정현의 마음에 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자존감을 무너뜨리면서까지 애쓰는 사람은 자신뿐이었던 것이다. 그 사이 채원 앞에 나타난 흐릿한 인상의 여자 태주는 정현의 핸드폰 메시지에서, 폐업한 리조트 광고지에서 모습을 보이며 서늘한 존재감을 더해 간다. 채원은 마치 태주의 초대를 받은 듯 그의 정체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습지의 사랑〉
물귀신 ‘물’은 인적 드문 하천에서 지루한 날들을 이어 가다 맞은편의 소나무 숲을 거니는 ‘숲’을 만난다. 물은 평소처럼 상대방을 놀라게 해 쫓아내려 했지만 숲은 반갑게 인사하며 웃음 짓는다. 그 이후 물의 마음은 숲으로 가득 차고, 둘은 종종 만나면서 가까워진다. 고즈넉했던 만남이 심각한 얼굴의 숲 출입자들 때문에 깨어지자, 물은 오래전 막 귀신이 될 무렵에 느꼈던 원망과 분노에 다시금 휩싸인다.
〈칵테일, 러브, 좀비〉
여느 때처럼 퇴근 후 직장 동료들과 술을 마셨던 주연의 아빠는 좀비가 된 채로 집에 돌아왔다. TV 뉴스에 나왔던 좀비 바이러스 1차 감염자들은 모두 사살되었다. 엄마와 주연은 정부가 조치 방안을 마련할 때까지만이라도 아빠를 데리고 있기로 하지만, 이미 인간의 이성을 잃은 아빠는 엄마를 제 먹이로 삼으려 든다. 주연은 고집불통이고 가부장적이었던 아빠를 완전히 미워하지도, 사랑하지도 못한 지난날을 돌아보며 아빠와의 이별을 준비한다.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아버지가 어머니를 과도로 죽였다. 나는 그 과도를 받아 들고 아버지를 죽였다. 뒤이어 스스로를 죽이면서 한 가지 후회를 했다. 조금만 상황이 달랐다면 어머니는 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때 누군가가 말했다. “시간을 되돌려 줄까?”
나는 수개월째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 그는 몰래 내 자취방에까지 들어왔다. 옆 학교 남학생 덕분에 스토커에게서 벗어나게 되지만, 되돌아보면 그 남학생을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그때 누군가가 말했다. “시간을 되돌려 줄까?” 나는 앞으로 겪게 될 일을 모른 채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조예은 작가의 칵테일, 러브, 좀비는 ‘홀대하지 않는 태도’를 메인 테마로 잡고 여성 화자가 느낀 감정을 네 편의 이야기로 담은 단편집이다. 작가는 이 책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한다.
유난히 추운 겨울에 이게 될까 싶었던 날 것의 상념들을 구체화한 결과물이었다고 말이다.
작가의 설명때문일까. 이 책을 읽어보면 언뜻 평범해 보이는 소재가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독특하면서 신선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마치 흑백요리사에 출연했던 에드워드 리 쉐프가 떡볶이를 다르게 해석해 요리로 만들었 듯이 말이다. 여성의 화자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지만 성별을 떠나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사랑, 가족, 분노, 집착 등의 감정을 수면 위로 끌어 올리는 주제와 이야기가 많다.
네 편 중에서 가장 홀대하지 않는 태도에 어울린다고 느꼈던 이야기는 ‘초대’이다. 사실 읽으면서 가장 기이하다고 생각했다.
<칵테일, 러브, 좀비>는 제2회 황금가지 타임리프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차지한 <오버랩 나이
프, 나이프> 등 네 작품을 수록하였다. 네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초대>이다. 이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채원’의 목에는 어릴 때 생선을 먹다 걸린 가시가 걸려있다.
이 책은 조예은 작가의 단편 소설 모음집이다. 지금까지 읽은 작가의 연재물은 대부분 만족스러웠지만, 이 소설은 가장 기대되는 작품이었다. 예전에 읽었던 다른 장편 소설집이 참 인상 깊었고, 다른 사람들이 추천하는 단편 시리즈였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네 가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첫 번째 소설은 생선 가시가 목에 걸린 한 여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 채원은 어릴 적 친척 어른들의 압박에 회 한 조각을 먹고 목에 생선 가시가 걸린 기분이다.
이 책의 표지는 이목을 끈다. 솔직히 말해보자면 표지가 책을 읽게 해 준 계기였다. 주변인들의 많은 추천도 추천이었지만 그것보다도 이번 에디션의 다채로운 색과 이목을 끄는 디자인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게 가장 컸다. 칵테일, 러브, 좀비는 안전 가옥 출판사에서 출간한 두 번째 시리즈다. 총 4개의 단편집이 실려있는데 전체적인 흐름은 비슷하다고 느꼈다.
첫 번째 단편 <초대>는 자기 목에 17년째 가시가 걸려있다고 말하는 여자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녀가 어렸을 때, 그녀의 가족은 횟집을 했다. 횟감을 뜨던 칼로 움직이는 생선을 바로 썰어버리는 걸 자주 보던 그녀는 회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그걸 마땅치 않게 여겼던 가족들은 회를 먹기 싫다는 아이의 의견을 가볍게 묵살시키며 회를 먹게끔 시켰다. 그 상황에서 그녀는 목에 가시가 걸렸다 느끼게 되었고, 병원을 여러 차례 다녀와 봤지만 목엔 아무것도 없다는 결과만 듣게 됐다. 그녀의 주변인들은 그녀가 꾀병을 부린다 생각했고, 그럴 때마다 그녀는 목에 걸린 가시가 점점 더 커진다고 느꼈다. 그렇게 17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조소과를 나오고 공방 일을 하며 점점 지치는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보내던 중이었다. 정현이라는 남자는 그녀와 데이트할 때마다 자신을 칭찬하듯 은근히 평가하고 깎아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