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흑인과 언어
이 책을 통틀어 가장 많이 인용되는 장이다. 프랑스의 식민지인 앙티유에 사는 흑인들은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삼고 프랑스식 교육을 받으며, 프랑스인으로서 정체성을 길러왔다. 하지만 그들은 식민지 앙티유에서, 그리고 프랑스 백인사회에서 철저히 식민지 흑인으로 취급받을 뿐이다. 파농은 그러한 현상을 앙티유인들의 언어생활을 통해 통찰을 풀어간다. “사람은 언어를 소유하게 되면 결국 그 언어가 표현하고 의미하는 세계를 소유한다”(18쪽)는 것이다. 하지만 온전한 프랑스인으로서 살수 없는 앙티유 흑인은 언어를 소유할 수 없고 즉 세계를 소유할 수 없다.
17쪽. 우리는 언어 현상을 근본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며 그 때문에 이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 연구는 유색인이 갖는 타자를 위한 차원을 이해하게 하는 하나의 원리가 될 것이다. 말한다는 것은 전적으로, 타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흑인은 두 개의 차원에서 살고 있다. 자신의 동류를 대하는 것과 백인을 대하는 것이다. 흑인이라면 백인과 있을 때 다르고 다른 흑인을 대할 때 또 달리 처신한다. 의심할 바 없이 이 자기분열의 증식은 식민주의적 운명이 만들어낸 직접적인 결과이리라. (...) 이 분열증은 주로 흑인은 원숭이로부터 서서히 사람으로 되어가는 단계에 있다고 믿게 만들려는 각종 이론들로부터 양분을 공급받았기에 아무도 이 이론을 논박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 이론들은 객관적 증거들이고 실재를 표현한다.
18쪽. 우리가 이장에서 다루려는 문제는 다음과 같다.: 앙티유 흑인은 프랑스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수록 점점 더 백인에, 곧 진정한 인간에 다가가리란 것이다. 우리는 사람이 ‘존재’앞에서 취하는 태도의 하나가 바로 그것임을 모르지 않는다. 사람은 언어를 소유하게 되면 결국 그 언어가 표현하고 의미하는 세계를 소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