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시장과 전장에 나타난 전쟁의 모습!《토지》의 작가 박경리가 선보인 전쟁문학 『시장과 전장』. 전쟁문학의 수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으로, 박경리는 이... 서로 등을 맞대고 움직이며 흘러가는 전장과 시장. 지영을 통해서는 전장에서의 민중들의 애환을, 기훈을 통해서는 이념으로 인한 전쟁의 허망함을...
『시장과 전장』은 1964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1960년대는 4.19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았던 시절, 민중의 힘으로 얻은 자유의 분위기가 아직 남아있던 시절이었다. 최인훈은 1960년에 『광장』을 발표하면서 “구정권 하에서라면 이런 소재(남북한의 이념 대립)가 아무리 구미에 당기더라도 감히 다루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4.19는 단순히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 문학을 포함한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쳤던 사건이었다. 4.19혁명은 ‘근대적 개인’의 상(像)이 정립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4.19혁명을 통해 독재정권을 무너뜨림으로써 전근대적인 속박에서 벗어난 지식인들은, 스스로를 역사적인 개인 주체로 여기게 되었다.
항상 그러하듯이 소설의 제목은 늘 소설을 다 읽고 난 뒤에 의미하는 바를 깨닫게 된다. 박경리의 소설 『市場과 戰場』도 역시 완독한 뒤에야 대략 의미를 추측해 볼 수 있었다. 시장과 전장의 대비를 통해 전쟁이 지닌 문제와 상처를 그려내고 있다. 즉 ‘시장’과 ‘전장’의 측면에서 전쟁을 접근하고 있다. 지영을 중심으로 후방에서 겪는 전쟁이 서술되고 있다면 이데올로기에 대한 서술은 주로 전방에서 직접 전쟁을 겪는 기훈을 중심으로 서술되고 있다. 소설 속 극히 평범한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인 지영과 공산주의자가 되어 존경하는 스승과 상이한 사상 구조를 지닌 기훈에게서 유사한 점을 발견해낼 수 있다.
지영은 가족을 서울에 남겨 두고 삼팔선과 가까운 안양으로 가서 교사직을 맡아하고 있었다. 남편, 윤씨, 아이들을 대할 때 무뚝뚝하던 그녀는 자신의 유치한 꿈에 대해 말할 때 생기를 되찾은 소녀 같이 설레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