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나는 요즘 시대에 잘 맞지 않는 것 같아…’
한번쯤 중얼거려본 당신의 마음을 두드릴 삶의 실험
서울에 살던 평범한 가족이 특별한 계획 없이 미국 시골로 떠났다.
110년된 집에서 밀을 갈고 빵을 구워먹으며 자본주의의 변두리에서 새로운 일상을 찾았다.
소크라테스처럼 삶에 질문을 던지고, 소로처럼...
자본주의의 변두리에서 발견한 단순하지만 완전한 삶
"여기서는 말이야, 같은 자리에 있고 싶으면 있는 힘껏 달려야 하는 거야." - 거울 나라의 앨리스
아무리 둘러봐도 열심히 살지 않는 사람이 없다. 큰 재산이나 명성을 노리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런데 하루 종일 노력하고도 자리에 누워 오늘은 만족스러웠다고 느끼는 사람도 좀처럼 없다. 그러면 이상한 마음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죽도록 열심히 살면서도 '어차피 안돼'라는 은밀한 포기를 하게 된다.
그래서 나도 오래 버티려면 얼마가 필요한지 계산기를 두드려보았다. 빵이 하나도 안 팔려도 버틸 수 있는 돈은 얼마인지 계산했다. 일단 월세를 내지 않고 소유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았다. 우리가 가진 돈에 맞추다 보니 지은지 110년 된 시골집이었다. 그다음은 고정비용 문제였다.
재산세와 공과금, 그리고 재료비. 계산해보니 2~3년 정도는 버틸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빵을 굽고 파는 데 일주일에 몇 시간을 써야 우리에게 즐거움이 될지 알아야했다. 하루에 5시간씩 이틀 열고 추가로 하루 반나절 더 일을 하면 된다. 이렇게 계산해보니 대형 오븐이나 믹서 같은 상업용 베이킹 도구를 사지 않게 되었다. 시설에 투자하면 그 돈을 회수하기 위해 오랜 시간 돈을 벌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내손으로 반죽을 만지는 즐거움과 작은 오븐에서 한 번에 구워지는 네 개의 빵을 하나씩 관찰하는 재미에 있었다. 그러니까 빵을 굽고 파는 일이 창조적인 기쁨, 놀이의 즐거움이 되는 선에서 멈춰야 한다.
그리고 7년 아직, 괜찮다. 그렇다고 나나 우리 가족이 자본주의에서 독립했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자본주의가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들을 취하며 살고 있다. 평범한 개인이 아무리 덜 쓴다 한들 삶을 충만하게 하는 일만으로 채워진 일상을 살 수 있게 해준 것은 인류역사상 자본주의밖에 없었다.
주변에는 해외로 이민을 가거나 직장을 그만두고 시골에 사는 사람들도 있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을까, 그런 결정을 내린 그 사람이 너무 부럽고 과연 나는 그런 결정을 내린 후에 과연 잘 살 수 있을지 걱정이다. 하지만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올바른 선택을 하고 그 길을 따라 걷는 것이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 책은 작가가 직장을 그만두고 은퇴하면서 뚜렷한 계획과 준비 없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미국 시애틀 주변 시골 마을에 정착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여름이면 블랙베리를 따고 밀알을 갈아 즉석빵, 프렌 등을 만들어 팔며 7년을 살아왔다고 한다.
누구나 한번쯤 대안적 삶을 꿈꾼다. ‘나인 투 식스(9 to 6)로 대표되는 자본주의적이고 도시적인 삶의 시계를 벗어나 다른 질서의 삶을 꿈꾼다. 월든의 호숫가 숲에서 오두막을 짓고 수 십 년을 살았다는 헨리 데이빗 소로의 책을 정기적으로 뒤적이고,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세상의 질서를 벗어난 신념을 지키고 살았던 헬렌 니어링과 스콧 니어링의 자연친화적 파트너십을 동경한다. 하지만 어떻게? 내일 아침이면 출근 준비를 알리는 새벽 알람이 어김없이 울릴 테고 각종 공과금 마감이 이번 달에도 숨 막히게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데? 더군다나 현대의 도시적 삶에 너무 익숙해져버린 이 몸은 숲에서의 ‘생존법’을 모른다. 밥 한 끼라도 제대로 떼 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앱만 몇 번 클릭하면 문 앞까지 버젓한 한 끼 식사가 도착하는 배달 서비스의 강국에서 말이다. 대안적인 삶은 그저 한가로운 백일몽이거나 동경에 머물 뿐인 삶 이것이 오늘날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주소일 것이다. ‘일탈’을 꿈꾸는 도시인은 일탈을 부추기는 또 한권의 책을 만난다. 박혜윤의 <<숲 속의 자본주의자>>이다. 저자는 정말로 소로의 삶을 모토로 삶아 그 삶과 최대한 비슷하게 실행에 옮긴다. 지금까지 시골살기, 자연에서 살아가기를 주제로 한 책들은 무수히 많이 나왔다. 한 때 유행한 ‘제주 한 달 살기’부터 ‘(안정된 직장) XXX 때려 치고 OOO로 이민가기’ 등등. 이 책도 귀농 이민 열풍 대열에 합류한 또 다른 책일 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