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쿠바 미사일 위기가 무엇인지 잘 몰랐다.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일어난 일이기도 했고, 자본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의 대립으로 인해서 핵전쟁이 일어난다는 가정은 너무나도 진부한 지난 세기의 이야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핵전쟁이 무척이나 가까웠던 순간이 있었구나, 인류는 항상 외줄타기를 타면서 살아가는 처지였구나, 하는 사실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이 책은 무척이나 재미있게 쿠바 미사일 위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마치 첩보 소설,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마이클 돕스라는 작가가 소설을 쓰는 것처럼 사실에 기반하여 역사적인 팩트를 잘 풀어나간 것도 있었다.
이 책은 1962년에 있었던 쿠바 미사일 위기의 전말에 대해 자세하게 다루고 있는 책이다. 고작 13일 동안의 이야기지만, 책의 굵기는 결코 얇지 않으며 책에 담긴 사실들도 결코 가볍지 않았다. 쿠바 미사일 위기는 세계 3차 대전으로 번질 수 있었던 가장 치명적인 사건이었고, 미국과 소련이 핵전쟁 바로 직전까지 갔던 아슬아슬한 사건이기도 했다. 당시 케네디 대통령과 흐루쇼프 서기장 중 둘 중 하나가 잘못된 판단을 했다면 오늘날 인류는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1962년이라는 먼 과거에 이러한 사건이 있었다는 게 놀라웠다. 이때나 지금이나 세계 3차 대전이 터진다면 인류 멸망인 확실시된 것과 마찬가지였고, 그만큼 문민통제의 소중함을 느끼게끔 했다. 만약 당시 미국의 수뇌부가 군인으로만 되어 있었다면, 소련의 수뇌부가 군인으로만 되어 있었다면 전쟁은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커티스 르메이나 소련의 군부들은 미사일 위기 사태에서 강경책을 제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