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구한말에서 일제 치하로 이어지는 민족 수난사에 대한 투쟁을 한 집안의 내력을 통해 보여 주고 있는 3막 7장 작품으로 1937년 11월 ≪조광≫에 발표되었다. 43년에 걸친 시간을 재현하기 위한 장치로 할머니 최씨가 남편 김성배 제삿날 외손자 영오에게 집안의 비극사를 이야기해 주기 시작하고 최씨의 이야기에...
희곡 ‘제향날’은 할머니 최씨가 손자 영오에게 들려주는 옛날이야기로 시작된다. 느네 할아부지가… 하는 담담한 어투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곧, 몇 십 년 전 새로운 세상이 올 것이라는 동학의 그 날로,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던 독립 운동가들의 그 날로, 그리고 모두에게 공평한 세상을 와야 한다는 손자 상인의 오늘로 이어진다. 삼 대를 걸쳐 이어지는 그 이야기는 시대에 앞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그를 위해 먼저 움직였던 선각자들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제향날’은 연출자의 인터뷰처럼 뚜렷하게 전개되는 현재진행형 사건이 존재하지 않는다. 선각자들의 이야기는 오로지 과거이며, 할머니 최씨의 회상으로만 형상화된다. 관객이 보고 있는 현재는 할머니 최씨의 옛 이야기와 이야기를 전해 듣는 손자 영오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