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비에 유빌 대위는 절규하는 듯한 비명과, 낯선 소리에 놀라 걸음을 멈췄다. 소리들은 배 안에서 나는 것이었다. 함장과 대위는 서둘러 포열 갑판으로 달려갔지만 아래로 내려갈 수 없었다. 포대원들이 겁에 질린 얼굴로 일제히 몰려 올라오고 있었다. 포대의 카로네이드 포중 하나인 24파운드짜리 대포가 떨어져 나온 것이다. 이것은 선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였다.
밧줄이 끊긴 대포는 순식간에 상상을 넘어서는 낯선 맹수로 돌변했다. 이 끝에서 저 끝까지 화살처럼 쏘아져가다가 뱅글뱅글 돌더니 주르르 미끄러지고, 날쌔게 몸을 날려 전진하다가는 뒤로 후진하면서 아무데나 부딪쳐 박살내고 부숴버렸다.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끝낼 수 있을지 도무지 대책이 서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