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특히 그간의 역사 연구가 서양과 중국의 양자관계에 집중했다면, 『조총과 장부』는 서양과 중국 사이의 중간지대에 주목한다. 이 중간지대에는 지리적으로 많은 국가가 포함된다. 이들은 단순히 서양과 중국을 중개한 것이 아니라 교류의 형식과 내용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저자 리보중은 아시아의...
‘조총과 장부’ 처음 이 책을 접하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온 것은 이 책의 제목이었다. 조총이라는 무기와 장부라는 문서가 어떤 연관성이 있어 한 제목 안에 들어갔는지 그리고 그러한 제목을 가진 이 책은 어떤 내용으로 채워 있을지 그것이 내가 이 책을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고 궁금증이었다. 그 궁금증은 하루빨리 이 책을 읽고 싶게 만들었고 이 책의 초반에 집중하며 읽을 수 있도록 해주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그러나 그 궁금증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았다. 이 책을 읽어 가면서 조총이란 무력을 의미하고 장부란 무역을 의미함을 알게 되었고 무력과 무역은 과거 세계화 시대에는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였음을 깨달았다.
‘충격과 반응’, 다시 말해 선진화된 서구의 충격에 대한 아시아의 낙후된 국가 중국이 반응하기 시작하며 중국 근대가 시작되었다는 전통적인 역사관은 다각적인 측면에서 비판에 직면한지 오래 되었다. 바로 이러한 중국, 더 나아가 동아시아에서의 ‘근대성’에 대한 새로운 담론이 다양하게 전개되었고 이제는 15~17세기의 상업 네트워크에 주목하게 되었다. 이 시기 중국, 즉 명은 국내에서 자본주의의 맹아가 싹텄다고 할 만큼 상업과 교역의 발전, 그리고 이로 인한 도시의 발달과 인구의 증가가 전개되었고 대외적으로는 세계적인 무역 네트워크에 편입되어 하나의 세계적인 경제 주체가 되었다. 본고에서는 리보중의 저서인 『조총과 장부』의 내용을 중심으로 15~17세기 상업, 무역 네트워크의 형성 과정과 그것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를 살펴봄으로써 이것이 향후 중국의 근대성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규명해보고자 한다.
경제 세계화와 중국의 부상은 현대에 들어 생겨난 중요한 변화이다. 리보중은 이러한 경제 세계화가 사실상 15세기 말에서 16세기 초에 시작되었다고 본다. 그는 이를 ‘초기 경제 세계화 시대’라 정의하였다. 그는 이 시기를 글로벌 히스토리의 관점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글로벌 히스토리란 ‘새로운 세계사’라고도 불리며 20세기 후반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기존의 국가별 역사 연구에서 탈피하여 각 지역, 국가 간의 상호 의존 관계가 만들어낸 네트워크에 대한 서술이다. 글로벌 히스토리는 또한 기술의 진보와 전파, 교류를 통한 전체적인 발전의 추세에 주목하며 서구 중심론은 물론 동아시아 역사에서 중국 중심론을 지양한다. 리보중은 1장에서 먼저 동아시아라는 개념을 정리하며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동아시아의 범위를 상정하였다. 그에 따르면 역사 속에서 중국은 넓은 영토와 다양한 풍토를 포함하며 인접 국가에 정치, 경제, 문화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중심의 역할을 한 거대한 타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