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근대의 산물인 '민족'과 '민족주의'가 어떻게 생겨나 발전하고 쇠퇴하는지 영국의 세계사가인 에릭 홉스봄이 풍부한 역사적 예증으로 밝혀놓은 명저. 기층민중의 민족 관념을 복원해냄으로써 주로 지배층의 시각에서 연구되어온 민족문제를 총체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점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또한 민...
근대 민족 및 이와 관련된 모든 것의 기본적인 특징은 근대성이다. 이점은 이제 잘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그 정반대의 가정, 즉 민족적 동일성은 역사에 선행할 정도로 자연적이고 원초적이며 영구하다는 가정이 너무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만큼 주제가 되는 어휘 자체의 근대성을 예시하는 것이 유용할 것 같다. 1884년 이전까지 민족이란 단어는 단순히 “한 지방, 한 나라 또는 한 왕국 등의 거주민의 집합체”뿐 아니라 “외국인”까지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민족은 “공통의 정부인 최고 중앙을 인정하는 국가 또는 정체” 그리고 또한 “그 국가와 개별국민으로 구성되어 하나의 전체로 간주되는 영토”라고 기술되어 있고, 이제부터 공통의 최고 정부는 적어도 이베리아반도 내에서는 민족을 정의하는 데 중심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민족은 “하나의 정부에 의해 다스려지는 국가에 사는 사람들의 총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