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페미니즘 이슈가 한창인 지금, 한국 사회에서 글을 쓰는 여성으로 살아가는 3-40대 작가들이 페미니즘이라는 테마 아래 발표한 소설집 『현남 오빠에게』. 늘 누군가의 며느리, 아내, 엄마, 딸로만 취급되어 살아온 ‘김지영’씨의 부당한 성차별의 기록에서 한 걸음 나아가, 또 한 명의 ‘김지영’으로 살기를...
‘현남 오빠에게’ 라는 소설은 ‘82년생 김지영의’ 저자 조남주 작가가 쓴 단편 소설로 여러 여성 작가들이 쓴 페미니즘 단편 소설을 묶은 ‘현남 오빠에게’ 라는 동명의 책에 실려있는 작품이다. 조남주 작가의 전작 ‘82년생 김지영’은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며, “김지영의 이야기에 공감했다.” “김지영의 이야기는 현실보다 더 과장되었다.” 라는 또다른 젠더적 갈등으로도 번졌다. 이러한 논쟁들에 대해 매우 흥미있게 지켜보았고, 조남주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현남 오빠에게’ 라는 글을 선택했다. ‘현남 오빠에게’는 대학생 때 부터 ‘현남’과 연애를 하던 ‘나’는 어느 날 현남에게 청혼을 받게 되는데 자신이 현남의 청혼을 거절하는 이유를 적은 편지글의 양식을 띄고 있다. 조남주 작가는 글을 마치며 ‘여자로 사는 일에 대해 자주 생각합니다. 어쩔 수 없다고, 별일 아니라고, 원래 그렇다고 생각했던 일들에 대해 자주 의심합니다.’ 라며 자신의 생각을 적었다. 이 글에서 ‘나’ 역시 현남과 연애하며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들이 실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고, 독자 모두에게 어쩔 수 없다고, 원래 그렇다고 생각했던 일들에 대해 의심하게끔 만든다.
2016년 출간된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이 성행하며 이전보다 다양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페미니즘 도서가 많이 출간되고 화제성도 생겼지만, 처음부터 페미니즘 소설이라는 목적을 갖고 기획된 소설은 <현남 오빠에게>가 처음이었을 것이다. 최근에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여성주의 소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지만, 2017년이라는 출판년도를 고려해보면 ‘페미니즘 소설’이라는 타이틀이 지금보다 더 특별하게 다가왔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페미니즘 소설’은 페미니즘을 다루는 만큼 가부장제를 비판하는 내용이 주요 주제로 다뤄진다. 여성이 받는 차별과 여성 혐오는 대부분 가부장제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는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비슷한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이야기의 소재가 한정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작가마다 이를 다루는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특히 최근 여성 서사 소설의 수요가 증가하며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더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페미니즘 소설과 이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분석하는 것을 리포트의 주제로 선택했다.
<현남 오빠에게>는 조남주, 최은영, 김이설, 최정화, 손보미, 구병모, 김성중 등 7명의 여성 작가가 각자 페미니즘을 주제로 쓴 단편 소설을 엮어낸 페미니즘 소설집이다. 각각의 소설은 다 저마다의 주제와 특징을 갖고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본 리포트에서는 7개의 작품 중 표제작인 조남주의 <현남 오빠에게>, 구병모의 <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 김성중의 <화성의 아이>룰 읽어보고 이를 분석했다.
2017년 발표된 페미니즘 소설, 현남오빠에게는 7명의 한국 여성 작가들이 각기 다른 시선으로 만든 페미니즘 단편집이다. 일단 책 표지부터 ‘페미니즘 소설’이라고 명시해 두었는데, 나는 오히려 이런 낙인이 불편했다. 페미니스트인 나도 그리고 페미니스트임을 인정하기 어려워하는 여성도, 페미니스트를 싫어하는 남성도 우리 모두에게 읽히려면 이런 부제는 지워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곧 이해했다. 페미니즘 소설이라고 명시해놓지 않았다면 이 소설을 페미니즘 소설이라고 완벽히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페미니스트라고 하는 나도 그러한데, 페미니스트가 아니거나 페미니즘을 거부하는 남성이라면 더 심하게 모를 듯도 했다. 사실주의에 가까운 소설부터 느와르, SF소설, 스릴러, 판타지. 장르는 다양했고, 소재는 더 다양했다.
7개의 각기 다른 소설이지만 제목은 첫 번째 소설인 조남주 작가의 ‘현남오빠에게’가 되었다. 조남주는 이미 82년생 김지영으로 페미니즘 소설의 문을 열었다. 그녀가 사실을 기초로 한 꼼꼼한 묘사를 그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현남오빠에게는 현남의 여자 친구가 그의 청혼을 거절하며 쓰는 편지 내용이다. 실은 제목이 현남인 것에도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는데 현대의 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말인 ‘한남’과 발음이 비슷했다. 어디까지나 주관적 생각이고, 작가의 의도는 알 수 없다. 미안하고 고맙다고 시작하는 그녀는 오래 사귀었던 현남오빠에게 그동안 쌓였던 분노를 터뜨린다. 처음에는 아주 담담하게 그리고 가끔은 고마울 때도 있고, 그런 점은 편했다고 하면서도 조금씩 자신을 가뒀던 대상에게 분노를 표한다. 오빠는 나를 위한다며 고깃국을 사줬지만, 나는 고깃국은 싫고 고기는 구워먹는 걸 좋아한다는 귀여운 얘기부터 오빠가 자신의 주장만 옳고 나는 틀리다고 해서 사실을 확인시켜 줬더니 왜 이렇게 예민하냐며 그렇다고 치자고 했던 일, 내 친구가 오빠의견에 맞서자 싫어하며 사람 가려사귀라고 했던 일, 내 직업을 사서로 정해줬던 일, 여자가 혼자 집 보러 다니는 거 아니라며 함께 집을 구해줬던 일 등 당연하면서도 평범했던 일상을 하나하나 적어보니 나는 오빠에게 갇혀 지낸 것이 확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