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체호프의 4대 희곡의 하나이자 그의 마지막 작품. 삶과 현실의 문제를 보다 예술적-미학적으로 그리고 있다. 또한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19세기 말의 리얼리즘과 20세기 초의 모더니즘이라는 두 개의 문화 패러다임의 접점에서 생겨난 동시대의 새로운 사상적-미학적 상황도 감지할 수 있다.
과연 이 책의 제목 ‘벚나무 동산’의 의미는 무엇일까? 작가는 벚나무 동산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어쩌면, 귀족들의 나태함으로 인해 그들이 놓쳐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벚나무 동산이 빚 때문에 팔리게 되어 경매일이 정해져서 별장지로 바꾸자고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라네프스카야와 가예프는 이를 그냥 방치해두었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가 세상에 남과 동시에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각자가 달리는 방향과 속도는 모두 다르고, 갈 수 있는 거리도 제각각이다. 그렇지만 결국 우리가 다다르는 곳은 모두 똑같다. 삶은 죽음이라는 트랙(track) 위에서 펼쳐지는 한 편의 드라마(drama)이자 축제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 삶의 온도는 어떠한가? 차가운 비극인가, 따뜻하고 유쾌한 희극인가? 나는 오랫동안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이 철학적인 물음은 체호프의 마지막 희곡인 「벚나무 동산」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나는 사실 희곡을 완독해본 경험이 없었다. 연극이나 뮤지컬을 감상하는 것은 무척 좋아했지만, 희곡 그 자체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가미된 무대를 보는 것을 더욱 즐겼다. 그래서 「벚나무 동산」을 처음 읽었을 때 처음 느낀 감정은 모두 부정적인 형태의 것이었다.
줄거리
파리에서 돌아온 벚나무 동산의 주인 류보피. 자신이 어릴적부터 자라왔던 곳이기에 추억에 흠뻑 빠져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로파힌이 벚나무 동산이 3주후면 부채로 인해 경매에 넘어간다는 말을 전한다. 류보피는 자신의 모든 추억과 삶이 서려있는 벚나무 동산을 팔 수없다.
<중 략>
감상
현실 속은 아이러니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잘 표현한 희곡이라고 생각한다. 체호프의 벚나무 동산에서 현재와의 접점, 보편성을 찾아보자면 사람관계 속에서의 아이러니, 인간이 특정 상황에 처했을 때의 아이러니를 들 수 있다. 류보피는 벚나무 동산에서의 추억이 많기에 동산을 잃고 싶지않다. 하지만 류보피는 능력이 없고 사실 큰 노력도 하지 않고, 파티를 열기까지 한다. 로파힌과 바랴는 사랑을 초월했다고 말한다. 대단한 우정이라고 생각해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