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성적인 화법과 탁월한 묘사가 압권인 김기택 시인의 다섯번째 시집
창비시선 298 『껌 (김기택... 김기택 시인의 다섯번째 시집 <껌>은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전업시인의 길로 들어선 후 써낸 시... <껌>
누군가 씹다 버린 껌.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껌.
이미 찍힌 이빨자국 위에
다시 찍히고...
도시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요즘은 도시에 와서 살아가고 있다. 옛날에는 농촌, 즉 시골에서의 삶이 익숙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도시가 익숙해졌다. 시골보다 생활하기가 편리한 도시에 사는 것은 당연시 되는 현실이고, 시골에서 살면 '불편하게 왜 시골에서 살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기도 한다.
이번에 읽은 김기택의 『껌』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도시에 대해, 도시에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대해,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그와 눈이 마주쳤다.
낯이 많이 익은 얼굴이었지만
누구인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너무나도 낯선 낯익음에 당황하여
나는 한동안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도 내가 누구인지 잠시 생각하는 눈치였다.
- 「그와 눈이 마주쳤다」 부분
위의 시의 '그'는 고양이를 지칭한다. 하지만 이 시를 읽었을 때, 고양이에 빗대어 마치 도시에 사는 우리의 모습을 표현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낯이 많이 익은 얼굴이었지만/누구인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라는 이 구절은 이웃인데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누구인지 모르는 현상을 잘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그런 사람을 보았을 때 당황하던 나의 모습도 겹쳐지면서 도시 속의 일상을 고양이를 빌려 잘 표현했다.
술자리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
한 시간이 넘도록
내 몸에서 고기냄새가 지워지지 않는다.
불에 익은 피, 연기가 된 살이
내 땀구멍마다 주름과 지문마다 가득 차 있다.
배고플 때 허겁지겁 먹었던
고소한 향은 사라지고
도살 직전의 독한 노린내만 남아
배부른 내 콧구멍을 솜뭉치처럼 틀어막고 있다.
고기냄새를 성인(聖人)의 후광처럼 쓰고
나는 지하철에서 내린다.
지하철 안, 내가 서 있던 자리에는
내 모습의 허공을 덮고 있는 고기냄새의 거푸집이
아직도 손잡이를 잡은 채
계단으로 빠져나가는 나를 차창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상으로 올라오자
상쾌한 바람이 한꺼번에 고기냄새를 날려보낸다.
시원한 공기를 크게 들이쉬는 사이..
<중 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