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국제질서와 사회 환경은 우리에게 삶의 방식의 급격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문화의 전화’, ‘패러다임의 혁명’이라고도 표현되는 세기말의 상황은 우리 자신의 정체성과 좌표를 다시 묻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일이 닥치면 과거에 그와 같은 전례가 없었는가를 살피고 거기에서 오늘의 대처 방안을 찾는다. 새로운 미래를 맞이하기 위하여 과거를 살피는 것이다. 역사는 화석처럼 박물관에 가서나 찾아봐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인류 경험의 종합체이기 때문에 우리가 해보지 않았던 일에 대해 간접경험을 하게 함으로써 오늘의 지혜를 제공해준다. 때문에 역사는 어느 시대나 새롭게 해석되며, 인간은 끊임없이 역사를 연구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고구려사에 대해서 알아보아야 할 이유이다. 묻히고 잊혀진 고구려의 역사 속에서 오늘 우리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지혜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고구려는 사람들에게 있어 아직까지 하나의 신화이다. 고구려는 우리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국가로 기억되며, 광개토대왕, 장수왕, 연개소문으로 이어지는 영웅의 역사로 이야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