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주의자도 아닌데 어두침침하고 낮은 곳을 보고 있다. 거기다 시라고 쓴 것이 전부 길어 첫 장부터 읽기가 거북하다. 그러나 호흡이 긴 문장들임에도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었다. 짧지 않은 문장 하나하나 모두가 의미를 가지면서 시집을 가득 채우고 있다. 어두침침하고 낮은 소재들 중에 하나가 나여서 읽기가 더 편했다.
좀 더 알아보니 김기택 시인은 20여 년간 직장 생활과 시인을 동시에 해냈다. 그래서 소제가 일상적인가보다. 거창하지도 않다. 힘을 준 것도 없고 딱히 강요하지도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겸손하다. 개 밥그릇, 먼지, 멸치, 파리... 가장 낮은 소재들로 읽는 내내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이 아주 높은 곳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시를 쓴 것 같다.
고등학교 때 국어선생님은 김춘수 시인의 제자였다면서 그에 관련된 일화를 들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