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틀비( Bartleby the Scrivener )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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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설이든지 읽으면서나 다 읽은 후에는 ‘나는 어느 등장인물의 자리에 서야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그 인물들의 성격이 서로 상반되어 보이고 개성적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동시에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 추측해 보는데 대부분의 경우에 그런 생각은 ‘작가가 무엇을 비판하려는 것일까’ 라는 것과 같은 것이 되곤 한다. 그러나 이번 소설도 역시 그런 생각은 소설을 단편적으로 보게 하고 소설읽기의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것을 느꼈다.
성경에서는 모든 사람은 하나님 앞에서 죄인이다, 라고 말한다. 그에 대한 여러 가지 설명중의 하나는 이런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떤 해적들이 있다. 그들을 소탕하려는 군대에 의해서 대부분은 죽고 살아남은 해적들은 상처를 입고 바다를 헤매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배의 사람들이 그들을 구조해 치료해주었다. 그렇게 살아난 해적들은 또 다시 많은 사람들을 해치고 해적질을 하게 된다. 이때 그 해적들을 치료해준 사람은 선한 일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엔 악의 원인중의 하나가 된 것이다. 어떤 일에도 선과 악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국사학과에 들어와 역사를 배우면서 느낀 것도 그것과 비슷하다. 역사상의 어떤 세력도 그 세력 안에 보수와 진보가, 명분과 실리가 대립하면서 공존하고 있으며 어떤 훌륭한 인물의 사상도 그 이전 시대의 낡은 사상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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