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옹주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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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마음에 남았던 건 역사 속에 놓인 한 인물의 고통이었다. 처음 책을 집어들 때, 구한말의 마지막 공주가 어떻게 살아갔는지 궁금했다. 그 시기에는 나라가 흔들렸고 개인의 삶도 안전하지 않았다. 저자 권비영은 그 파란 많은 인생을 통해 독자에게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그러면서도 지나친 감정에 매몰되기보다, 구체적인 장면을 무덤덤하게 보여주는 방식을 선택한 것 같다. 글 속에는 공감이 묻어나지만, 감정적 호소가 넘치지는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동안, 덕혜옹주가 겪은 고난이 계속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동시에,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시대적 멍에가 얼마나 깊고 무거운 것인지 여실히 느껴졌다.

책의 초반부는 덕혜옹주가 어린 시절 궁 안에서 지내는 모습이 담겨 있다. 그녀는 태생부터 왕족이었지만, 화려함보다는 답답한 시간이 많았다고 느껴졌다. 하나의 예로 궁에서 뛰놀고 싶어도 여러 예법 때문에 자유롭지 못했다. 보통 어린아이답게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었으나 그녀는 엄격한 시선 안에서 예의를 지켜야 했다. 궁궐 담장을 통해 바깥세상을 본 기억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럴 때마다. 막연한 동경과 불안을 함께 품었다고 보였다. 독자 입장에서도 그런 장면을 상상해보면, 갇힌 공간에서 희미하게 바깥을 바라보는 마음이 어떤 상태일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글을 읽다. 보면, 그 꼼짝 못 하는 상황이 어린아이에게 얼마나 답답하게 다가왔을지 차츰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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