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과 만물을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화담에 의하면 그것은 <기> 라고 한다. 만물의 근원과 운동변화를 기(氣)로써 설명하고, 그 기를 능동적이고 불멸하는 실체로 본 데 특징이 있다. 격물을 중시했던 그의 학문방법은 독창적인 기철학의 체계를 세우는 바탕이 되었다. 그는 <기>는 근원이 있는데 그것을 허(虛) 또는 태허(太虛)라고 보았으며, 이를 선천설(先天說)로 설명했다. "태허는 말끔하여 형체가 없다. 이를 선천이라고 하는데 그 크기는 끝이 없고 과거에 시초가 없었으며 앞으로도 한끝을 모른다. 말끔하게 허하고 고요한 것이 기의 시원이다. 끝없이 넓은 우주에 꽉 들어차서 빈틈이 없고 털끝 하나도 드나들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을 끌어당기려면 허하고 잡으려면 잡을 것이 없다. 그런데도 사실은 차 있으니 없다고 할 수 없다. 한계가 없는 것을 태허라 하고 시초가 없는 것을 기라고 하니 허가 바로 <기>이다. 허가 본래 무궁하고 <기> 역시 무궁하니 기의 근원은 처음부터 하나이다." 여기에서 그가 말한 태허는 곧 물질적인 기이며 기의 다른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기>는 근원이 있는데 그것을 일러 태허라 한다.<기>의 근원인 만큼 태허는 그저 비어 있는 것일 수가 없다. 우주에 가득 차 있고 어떠한 빈틈도 허용하지 않는 상태로 있는데 잡으려면 잡히지 않으니 무(無)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결코 아무것도 없는 그런 상태의 것일 수는 물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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