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사적으로 육사의 시는 민족 저항사의 맥락에 닿아 있고, 문학사적 흐름에서 그의 시는 한국시의 취약점을 구현한 점에 가치가 있다. 당시의 시대적 상황은 극한적인 것이었다. 1930년대의 지성인이 겪어야 했던 고뇌와 긴장을 통해 육사는 그의 행동에 필연성을 부여하였고, 민족 최후의 문화적 생존권인 언어와 문자마저 유린당하는 상황에서 자아의 희생과 시련을 바탕으로 현상의 의지적 초극을 추구하였던 점에서 정신사적 의의가 있다. 아마도 우리의 1930년대 문학에 이육사가 없었다면 근대 식민지 상황 최후의 저항 문학적 계보를 이어 갈 방법이 없었을 지도 모른다.억압의 현실, 민족 말살의 참담한 역사적 상황에 온 몸을 던져 응전하였으며 민족적 양심을 끝까지 지켜 내면서 격렬한 저항과 투쟁의 삶을 살았고, 그러한 정신의 치열성을 시로써 승화해 낸 몇 안되는 시인이라고 할 수 있다.그는 청포도처럼 맑은 감성을 지녔으면서 광야처럼 드넓은 무대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1930년대 후반 수많은 지식인들이 강요된 식민지 상황 속에서 순응하거나 변절하거나 굴복하였을 때 오히려 더욱 강렬한 모습으로 자신의 삶을 내던진 이육사는 이 시기의 우리 문학사에서 드물게 보이는 고귀한 정신의 시인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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