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라, 작문, 자작소설, 퇴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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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냄새가 싫더라.
파란 우산을 쓴 여자가 통화를 하며 걸어왔다. 그녀는 핸드폰을 볼과 어깨로 받치고 이제 막 우산을 펴려던 내 옆에서 자신의 파란 우산을 접었다. 순간 바람이 훅 불었고 달달한 흙냄새가 얼굴로 달려들었다. 이 중독성 강한 냄새는 내 콧속 깊숙이 들어와 텁텁했던 후각을 깨웠고 덕분에 나는 더 침울해졌다. 평일 오전이라 거리는 조용했다. 나와 무연은 우산이 부딪치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며 걸었다. 무연은 거의 우산에 기대다시피 몸을 한쪽으로 기울였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물었다.
그래서 첫 문장은 생각났고?
내 질문에 답한 것은 시간이 조금 흐른 뒤였다.
먼지와 모래가 섞인 공기층이 숲을 에워싸고 있었어.
무연의 첫 문장이 정해지며 이야기가 시작됐다. 그녀의 이야기는 매번 각색되어 새로운 문장들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야기를 다 듣고 나면 모두 같은 내용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숲이 있었는데’라고 시작하는 경우도 있었고 ‘나무 하나가 특이했어’라고 시작하기도 했으며 ‘그곳은 어떤 사막이었어’라고 앞뒤가 맞지 않는 정확한 지명을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머릿속에 완성된 그림이 달라지는 경우는 없었다. 불투명한 공기층이 형성된 숲. 그것이 이야기의 마지막 결말이었다. 그렇기에 오늘의 첫 문장은 나를 거슬리게 했다. 처음과 끝을 같은 문장으로 정하다니. 무연처럼 훌륭한 이야기꾼이 왜 이런 실수를 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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