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문 조각나 달 (자작소설) 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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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본 달은 언제나 동그란 모습이었다. 레몬색을 띄고 있어서 어떻게 보면 아이스크림 같기도 했다. 누군가 스쿱으로 정성스럽게 퍼 올린 레몬라임 아이스크림. 달이 아이스크림처럼 보였던 이유는 단지 색 때문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하늘 저 편 끝에서 기다란 숟가락을 가지고 아이스크림을 먹듯 달을 먹고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아 대체 누가 숟가락을 쥐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머리 부분만이 끊임없이 달을 허물어 어디론가 가져갈 뿐이었다. 대체 누가 달을 먹고 있을까? 나는 질문하기 위해 널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너는 바로 내 옆에 서서 달을 보고 있었다. 그저 가만히,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넌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림을 그리는 와중에 핸드폰 알림이 울렸다. 검은 핸드폰 화면에 네 부고 담은 말풍선이 비눗방울처럼 떠올라 있었다. 오후였고, 나는 지평선에 반쯤 걸친 금빛 햇살을 받으며 팔레트에서 물감을 붓으로 찍어 캔버스에 획을 긋고 있었다. 손에 장갑을 꼈다는 것도 잊은 채로 나는 메시지를 확인했다. 하얀 말풍선에 검은 글씨가 가지런히 네 장례식을 알렸다. 나는 알지 못하는 번호 옆에 놓인 통화버튼을 누르려다가 머뭇거리며 핸드폰을 다시 내려놓았다. 핸드폰에 유성물감의 기름진 얼룩이 묻었다. 다시 핸드폰 대신 붓을 집었지만 이번 선들은 방금 전의 선처럼 곧게 이어지지 못 했다. 머릿속으로 수많은 죽음의 가능성들이 빠르게 뇌 속을 스쳐지나갔다. 왜 죽었을까? 우리는 아직 삼십을 넘기지도 않았다. 사고겠지. 나는 다시 스크롤을 올려 메시지를 읽었다. 당연하겠지만 네 죽음의 이유는 그곳에 적혀있지 않았다. 나는 네 모습을 떠올렸다. 지문 찍힌 안경을 쓴 것처럼 네 모습이 흐릿했다. 나는 다시 붓을 내려놓고 장갑을 벗었다. 그리고 오래된 갤러리에 있을 네 모습을 찾았다. 손가락 끝이 아릴 때까지 스크롤을 내리자 겨우 네 모습이 떠올랐다. 같이 부산으로 여행을 갔을 때 찍은 사진이었다. 우리의 뒤로 상아색 모래사장과 광안대교가 자리 잡고 있었다. 너와 난 어깨동무를 한 채 웃고 있었다. 네 눈이 아치형으로 접혀서 눈동자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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