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집착 그리고 광기의 극명한 대비, 끝끝내 이루어질 수 없었던 애정의 비극적 최후. 이런 것 때문에 '오페라의 유령'은 더 인상 깊게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페라의 유령은 단순한 공포, 또는 추리로 전개되는 뮤지컬이 아니다. 또한 단순한 사랑 이야기도 아니다. 이 중 어떠한 갈래를 택한다 하더라도 깊은 모순이 남는다. 쉽게 갈래를 택하기에는 너무 많은 요소들이 섞여있기 때문이다. 만약 지하 세계의 에릭이 천상의 크리스틴과 맺어졌더라면 사랑의 인내와 같은 주제가 된다던가, 단순한 연애소설로서 끝났을지도 모른다.
천성적으로 기괴하고 천재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던 에릭은 애당초 평범하게 살 운명이 아니었다. 뛰어난 능력으로 세계를 거머쥐고 빛으로 가득한 일생을 살거나, 오히려 그 능력 때문에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려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이상은 결코 역사 속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추한 모습으로라도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소망만이 그의 이상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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