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에 대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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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든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왜 이것이 일어나게 되었는가를 생각할 수밖에 없어진다. 그것이 나에게 기쁨을 주었든, 실망감을 주었든 어떻게 내가 이 상황에 처하고 그것을 헤쳐 나갈 수 있게 만들었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사실 각각의 사건마다 가져다 붙일 수 있는 이유는 많다. 예를 들어 사회학의 이해는 내가 수강신청을 하면서 내가 필수적으로 들어야했던 교양이었고, 그러면서 교수님을 처음 뵙게 되고 교수님이 정해주신 사람들이 지금의 조원들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 이유만으로 김규원 교수님을 만나고 지금의 조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귀결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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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과 같은 의미의 일로 '숙명'·'천명' 등이 사용되는데, 이들은 다른 문화권의 운명을 나타내는 말의 원래 뜻과 상당히 유사하다. 그리스인은 운명을 모이라(moira : 몫)·아난케(ananke : 필연)·티케(tyche : 우연)라고 부르며, 라틴어에서는 파툼(fatum : 신의 의지)·포르투나(fortuna : 요행)라 한다(이것은 영어·프랑스어 fortune의 어원임). 독일어의 Schicksal, Geschick는 신에 의해 '부여된 것'을 뜻하며 영어의 destiny는 '사전에 결정한다'라고 하는 의미이다. 또한 아랍어에서는 카다르(qadar)가 이에 해당하여 '몫' 혹은 '신에 의해 미리 정해진 것'을 의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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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반에 친하게 지내던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 친구는 마음씨가 너무 예뻐서 당시 우리 반 전체에서 그 아이에 대해서 말하면 나쁘게 말했던 사람이 한 명도 없을 정도였다. 늘 잘 웃고 그만큼 잘 들어줘서 함께 있을 때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친구였다. 같이 있으면 행복해지는 그 아이에게는 힘든 일은 생기지 않을 줄 알았었는데, 어느 날 우리 반 담임선생님이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그 친구를 부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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