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당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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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에는 세 등장인물이 나오는데, 그들은 남자 주인공(화자), 그의 아내, 그리고 아내의 친구이자 장님인 로버트이다. 「대성당」은 편협한 사고를 갖고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외로움 속에서 매일을 살고 있는 주인공이 아내의 친구인 장님 로버트를 만나고, 그와 소통하다 마지막에 함께 대성당 그림 그리기를 통해 교감하면서 세상을 향한 눈을 뜨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정신적 공허함 속에서 살고 있는 아내와 주인공이 로버트를 통해 그 고독함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렇게 종교도 없이 하루하루를 별 의미 없는 삶을 사는 소외된 사람들이라도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현대인들도 대부분 「대성당」의 로버트를 만나기 이전의 아내와 주인공과 같은 삶을 살고 있다. 특히, 주인공처럼 자신만의 편협한 시각에 사로잡혀, 눈을 뜨고는 있지만 ‘진정한’ 눈은 못 뜬 것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은 이런 우리 현대인들로 하여금 현재의 삶에서 벗어나 넓은 시각을 갖고 삶을 성찰하게 하고, 동시에 좀 더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일지 제시하며 그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끔 하기에 현대에도 추천할 만한 소중한 작품이다.
우리는 아내와 주인공의 변화를 살펴보기 이전에 먼저, 그들이 로버트를 만나기 전에는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 모습이 우리의 삶과 얼마나 비슷한지를 자세하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처음에 주인공은 자신의 인생을 성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인생을 이해하거나 공감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예를 들어, 그에게는 ‘장님’이 모두 “느리게 움직이고 절대 웃지 않으며, 때때로 안내견에 의지하는 사람,”(317) “지팡이와 검은 선글라스가 필수품인 사람”(322)일 것이라는 잘못된 고정관념이 뿌리박혀 있었다. 또한, 아내로부터 로버트의 아내가 죽었다는 슬픈 상황을 다 듣고 난 후에도 “그녀가 흑인이었나?”(320)하는 앞뒤 안 맞는 질문을 하필 그와 그녀를 아끼는 자신의 아내에게 툭 던지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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