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훈 -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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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의 소설을 읽다 보면 조이스와 카프카와 무질을 뒤섞어 놓은 듯한 어떤 작가가 떠오른다. 하지만 그는 난해한 실험만 하는 작가가 아니다. 그의 소설에는 어느 리얼리즘 못지않은 사회적, 정치적 문제의식이 담겨있다. 그의 소설은 풍속으로 자리 잡기 이전의 인식의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은 관념적으로 보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인훈은 한 개인의 자의식을 다루는 소설을 쓰더라고 한 개인의 운명에 미치는 정치적 현실, 이데올로기적 문제 등을 신중하게 다뤘다. 억압된 정치적 현실에서 숨겨서 말하기에 적합한 장치들을 찾아내어 실험적 성격의 소설을 쓴 측면도 있다.
우리는 문학을 통해서 인간의 내면적 본질을 엿볼 수 있고, 또한 시대와 사회 그리고 역사를 바라보는 작가의 독자적인 인식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최인훈의 문학은 세계와 싸우는 인식 주체의 개별성을 보여주고, 그것이 우리 시대의 유효한 정신으로 어떻게 자리 잡아가는지를 보여준다. 그것은 최인훈이 주인공의 내면 심리뿐만 아니라 현실의 복합적인 모습을 동시에 담아냈기 때문에 가능해진 일이다.

<중 략>

앞서 말했듯이, 최인훈의「광장」은 해방 이후의 분단 현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남북한의 체제와 이데올로기를 동시에 비판하고 있는 최초의 소설이다. 아울러 뛰어난 문학적 성취를 거둔 소설로 꼽힌다. 지금까지도「광장」이 회자되고, 계속해서 연구되는 이유는 이명준의 모습은 과거의 인물이 아니라 분단의 상황에서 고통당하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기도 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광장」은 60년대의 문학의 지평을 연 소설이지만, 이 소설에서 시작된 고민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고, 우리는 아직도‘광장’과‘밀실’에 대한 고민과 선택의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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