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희 문체의 특징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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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우리는 고학번이다. 연차가 많다고 글을 더 잘 쓰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책을 더 많이 읽었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하지만 오정희의 작품은 이미 다른 교과목을 통해 몇 번 접해 본 터였다. 우리는 자신감 있는 고학번이었다.
한적한 날을 골라 모였다. 세 명 중 두 명이 책을 읽어오지 않았다. (누구라고 얘기하진 않겠다) 그들이 책을 다 읽을 때 까지 기다렸다. 오후 다섯 시, 해는 예술대 B동 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나는 사실 오정희 글에 매력을 못 느꼈어. 비문도 보이던데."
"문장이 너무 길어. 집중이 안 돼."
토론은 어쭙잖은 `오정희 합평`으로 시작되었다. 자랑스러운 우리의 대 선배님이자, 현대 여성 문인들의 `히로인`인 오정희를 감히 합평하다니. 이는 내세울 것 없는 습작생의 객기였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제 밤새도록 황석영 소설을 읽었어."
황석영의 묘사는 압축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주제를 전달하는 2차적 묘사라고 한다. (오정희 작품을 읽어오지 못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그는 `미친놈`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렇다고 오정희가 깊이가 없다는 건 아니야. 화려하면서도 뭔가를 담아내지."
"맞아. 캔버스를 놓고 그림으로 그리면 남는 부분 없이 꽉 찰 것 같아."
오정희의 묘사력을 빼놓고 그녀의 문체에 대해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독자의 감성을 매만지는 표현들, 여성적이고 감각적인 묘사, 이를 통해 드러나는 탁월한 비유와 상징들, 분위기를 획득하는 수식 등이 석류 알갱이처럼 소설 안에 꽉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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