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호 ‘수인’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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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의 ‘수인’을 읽고
‘나의 존재를 증명해 주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수인’은 나에게 이러한 생각이 들게 하는 소설이었다. 주민등록증, 여권, 그리고 내가 하고 있는 일에 관한 경력들.. 객관적으로 나를 증명해주는 표면적인 물증이라고나 할까. 이런 것들이 우리를 증명해 주는 것이라고 믿는다면, 어느 날 나라와 직장과 가정이라는, 나를 말해주고 드러내는 그러한 모든 존재가 없어졌을 때 우리는 과연 무엇으로 나라는 존재를 증명할 수 있을까. ‘수인’에 나오는 소설가 박수영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길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다. 그의 상황에서 나도 한번 감당할 수 없는 재앙이 닥친 우리나라를 상상해 보았다. 원자력 발전소가 터지고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으며 혼란에 빠진채 북으로 향하는 피난길.. 사실 절대 선뜻 닿을 수 없는 가정이지만, 정말이지 끔찍하다. 어찌보면 주인공은 처음에 너무 안일한 것도 같다. 나라면 정말 두려웠을 것이다. 나는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능력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거기다 난 너무 늦은 것이다. 산골의 폐가에서 가까스로 아무것도 모르는 채 살아남아 이제야 갈 곳을 찾아 해매며 굉장히 조바심이 났을 것이다. 소설가 박수영이라는 사람은 자신의 주민등록 번호 조차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데다가 국민 연금이나 재산세 납부 실적도 없고 등록된 차량이나 여권, 자격증 같은 것도 없는 수상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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