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공간과 인민, 그리고 민족주의와 민주주의 (Inmin(People) and the Two Momenta of Democracy and Nationalism in Post-liberation South Korea)

서지정보

· 발행기관 : 한국사연구회
· 수록지 정보 : 한국사연구 / 167호 / 193 ~ 246페이지
· 저자명 : 임종명

초록

해방 공간의 담론 공간은 인민이 범람하면서, 남한의 해방 공간을 인민의 시대로 만드는 것을 목격하였다. 해방 직후 인민의 범람과 인민 시대성(性)은 기본적으로 탈(脫)식민의 신(新)국가 건설과 그것의 운영이라는 민족주의 의제에 의해 축조된 것이었다. 즉, ‘영토, 주권, 인민’로 이루어진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당대 엘리트들은 인민을 ‘국가 형성의 최(最)중요 요소’로 강조하고, 또 그것을 신국가의 주권 소유자로도 정체화하였다. 바로 이러한 것이 남한의 해방 공간을 인민의 시·공간으로 만들었다. 동시에 당대의 인민 시대성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민주주의 시대에 민주주의 국가를 수립·운영하고자 한 민주주의 기획에 의해 추동된 것이기도 했다. 즉 인민 주권의 민주주의가 전후 불가역의 정치적 의제가 되면서, 인민은 국가 존립과 기능의 목적으로, 또 민주주의 국가 수립·운영의 주체로 등장하게 되었고, 바로 이것이 해방 직후 남한에서 인민의 시대를 낳았다. 이러한 것들은 국가 건설·운영이라는 해방 직후 민족주의적 의제가 전후(戰後) 시대 규정력을 가진 민주주의 담론과 결합되면서, 인민이 민주주의 국가 건설과 운영의 주체로, 또 민주주의 하 최고 국가 권력의 소유자로 등장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점에서 해방 직후의 인민 시대성은 민족주의와 민주주의가 서로를 지지·보강하는 해방 공간 또는 전후 세계의 역사성을 증거하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역사적 의미를 지닌 인민은 당대 엘리트들의 문화 작업을 통해 주권적 주체로 정체화되고, 그것의 주권적 주체성이 표상되었다. 나아가 그것을 현실화하고자 하는 법제적 노력과 기획이 수행되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노력과 기획은 ‘인민과 국민의 혼용’을 낳으면서, 후대의 연구자들에게 뿐만 아니라 당대인들에게도 ‘인민과 국민 이해의 혼란’을 초래하였다. 나아가 인민은 그것의 국가적 법제화 과정에서, 특히 대한민국 헌법 제정 과정에서 국가 공식 담론인 헌법으로부터 대치되고, 그 자리에 국민이 들어섰다.
그렇다고 해서 곧바로 인민이 담론공간으로부터 전면적으로 소거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대한민국 설립 이후에도 남한의 담론 공간에서 계속해서 이전의 지위를 유지하였다. 이것은 냉전 시기 국제정치 전략 등으로 인해 민주주의를 부인할 수 없었던 대한민국의 현실에 의해 강제된 것이었다. 대신 인민은 해방 공간에서 보여주었던 자신의 잠재력이 박탈되고, 당대 대한민국의 지배 체제와 질서, 또 그것의 아젠다에 부합되는 존재로 정체화되고 맥락화되었다. 이와 같은 인민의 불우한 처지는 해방 공간의 사회와 역사, 그리고 해방 공간 폐쇄 이후의 역사·사회적 변화를 증거하는 것이다.

영어초록

The discursive space of post-liberation South Korea witnessed the flooding of inmin(people) which transformed the post-liberation space and time into the era of inmin. The era of inmin came into being in the contemporary drive for nationalist agenda of the building of post-colonial Korean nation-state, which was widely agreed to be composed of three elements of territory, sovereignty, and inmin. The nationalist drive for nation-state building laid the utmost emphasis upon inmin while identifying inmin as a sovereign. It was this that brought forth the era of inmin. At the same time, the era of inmin was constructed by the current project of the building of the democratic Korean state in the post-War era of democracy. That is, the democracy of popular sovereignty as the post-War irreversible agenda, identifying inmin as the ultimate end of the state as well as the subject of state building, produced the era of inmin in post-colonial South Korea. This means that the post-colonial nationalist agenda combined with post-War discourse of democracy identified inmin as the subject of building and running the democratic state, and as the sovereign of the state. In this respect, the era of inmin in post-colonial South Korea testified to the history of post-colonial Korea and the post-War globe, in which nationalism and democracy gave the cultural, ideological and discursive support to each other.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