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기관 : 한국괴테학회
· 수록지 정보 : 괴테연구 / 28호 / 73 ~ 99페이지
· 저자명 : 오순희
숭고한 것과 관능적인 것 사이에서 부유하는 파우스트의 영혼은 신적인 것과 동물적인 것 사이에서 인간의 정체성을 찾아온 서구기독교적 존재론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파우스트의 첫사랑은 그레트헨이 아니라 저 높은 곳에 위치하는 ‘신’이었다. 파우스트가 악마와의 계약에 서명하는 것은 ‘신’을 향한 그의 사랑, 즉 ‘아모르 데이’가 좌절되는데서 비롯된다. ‘아모르 데이’가 사라진 빈자리에 들어선 것이 그레트헨이라는 개체를 향한 사랑이었다.
개체를 향한 사랑은 다시 순수한 사랑과 육체적 사랑이라는 이분법으로 분열하면서 한편으로는 그레트헨 때문에 자책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발푸르기스의 밤에 가담하는 두 모습의 파우스트로 표현된다.
파우스트의 문제는 그가 그레트헨을 사랑해서 (또는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육체적 욕망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욕망은 그 자체로 표현되지만, 그에 대한 해석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파우스트가 그레트헨과 사랑했던 중세말의 모습이다.
루만에 의하면, 섹슈얼리티가 적극적으로 평가되기 시작한 것은 근대시민사회에 와서다. 이것은 배타적 성애관계에 근거하는 모노가미로서의 결혼제도와 결부된다. 파우스트에게 모든 순정을 바쳤던 그레트헨의 입장에서 가장 원했던 것도 이러한 일부일처제의 결혼이었을 것이다.
헬레나와의 관계에서는 그레트헨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을 보충이라도 하려는 듯이 많은 것이 이루어진다. 여기서는 숭고한 욕망과 저속한 욕망이라는 이분법도 없고, 두 사람이 같이 사는 것을 막는 요인도 없다. 파우스트와 그레트헨의 아이와 달리, 파우스트와 헬레나의 아이는 행복한 목가 속에 자란다. 이 가정의 비극은 아이가 자라 목가적 공간을 벗어날 때 온다. 그레트헨의 비극은 열정적 사랑에 근거하는 결혼으로 들어서지 못하는데서 발생하는 것이었다면, 헬레나 비극은 열정적 사랑을 이루었음에도 벌어지는 것이다. 괴테에게 열정적 사랑이란 그 자체로는 아름답지만 현실성은 떨어지는 표상이다. 예컨대 괴테의 소설 『친화력』은 다양한 방식으로 열정적 사랑과 결혼의 문제를 다루지만, 열정적 사랑에 대한 동시대의 판타지를 공유하지는 않는다. 그 대신 이러한 판타지가 가지는 문제들이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된다.
『파우스트』에서도 열정적 사랑의 비극이 묘사되지만, 여기서는 그 문제의 의미를 사회적 맥락에서 논구하는 대신에 파우스트의 활동공간을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제1부 그레트헨의 비극이 해결되지 않은 채로 제2부가 시작되고, 제2부에서는 제3막의 헬레나의 비극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전혀 다른 맥락의 이야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레트헨이 다시 등장하지만, 여기서도 이야기의 지평은 완전히 달라진 상태이다. 두 사람 모두 이 지상을 떠난 상태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파우스트가 현실 속에 사는 한 명의 개체로서 경험하는 사랑의 이야기는 엄밀한 의미에서는 미완의 상태로 끝났다. 괴테가 이렇게 처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괴테의 전기적 차원에서 보자면 괴테 자신도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이 양가적이었다는 사실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작품 전체로 보자면, 파우스트의 동선이 개체적 사랑에 만족하는 작은 세계에 안주할 수 없도록 기획되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파우스트가 그레트헨의 비극에 계속 매달리는 것으로 서술되었다면, 『파우스트 제1부』는 시민비극의 유형을 보여주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파우스트가 경험하게 되는 마지막 사랑의 종착역은 제5막의 간척사업에서 표현되는 ‘인류에 대한 사랑’이 될 것이다. 개체의 사랑에서는 미완으로 끝났던 파우스트의 사랑이 인류라는 종(種)을 대상으로 하면서 완료되는 셈이다. 간척사업의 의미에 대한 평가를 차치하고 본다면, 파우스트의 이러한 변화는 온통 낭만적 사랑에 몰두하던 동시대에 대한 괴테의 비판적 반응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류를 향한 사랑에 매진할 때 파우스트는 다시 잘 알려진 이미지로, 즉 거침없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파우스트로 되돌아간다. 이처럼 ‘노력하는 파우스트’는 근대서구의 주체들이 세계를 무대로 무한 질주하던 시대의 흐름과 맞아떨어지면서 ‘파우스트적인 것’이 근대사회의 슬로건처럼 해석되기도 했다. 그러나 괴테가 정작 그려내는 ‘파우스트적인 것’에는 무조건 앞만 보고 달리는 파우스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문제 앞에서 갈등하고, 분열하며, 끝내 문제를 풀지 못한 채로 넘어가는 파우스트도 있다. 이러한 파우스트까지 고려할 때 ‘두 영혼’의 파우스트가 제대로 드러날 것이고, 더 나아가 괴테가 ‘파우스트’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인간의 얼굴이 보다 선명해질 것이다. 그것은 완결된 슬로건으로서가 아니라 성찰되어야 할 여지가 많은, 미완의 그림으로 우리 앞에 서있다. 그 얼굴을 완성시키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Fausts Charakter als ein Mensch, der „immer strebend sich bemüht“ (V.11936) scheint nicht passend zum ersten Teil der Tragödie. Er zögert, kämpft mit sich selbst und flieht sogar, wenn es um Liebe und Sexualität geht.
In der vorliegenden Arbeit geht es um Fausts Erotik in Bezug auf Gretchentragödie, Walpurgisnacht und Helenatragödie. Fausts Begierde, die unter der Persona des hohen Wissenschaftlers im Studierzimmer verdrängt worden ist, taucht zunehmend auf und gerät in Konflikt mit seiner Identität. Auch in der Beziehung mit Gretchen schwankt Faust immer wieder zwischen Liebe und Schuldgefühl. Die Walpurgisnacht ist der Ort, wo er sich ohne Ichspaltung seiner Sexualität widmen kann. Fausts Problematik liegt darin, dass er nicht weiß, wie man Sexualität und Liebe integriert. So bleibt er „übersinnlicher sinnlicher Freier“, wie Mephisto höhnt.
Die Liebe zwischen Faust und Helena zeigt neuzeitlichen Charakter. Es gibt keine Kluft zwischen Sexualität und Liebe. Die arkadische Höhle sichert das idyllische Leben der beiden vor der äußeren Realität. So entsteht, unter Einbeziehung Euphorions, ein bukolisches Familien-Dreieck. Diese Liebe ist vergleichbar mit der „amour passion“ im Sinne Luhmans, die aus der individuellen Liebe, der Intergration der Sexualität in die Liebe und der auf Monogamie beruhenden Ehe besteht.
Der Helena-Akt stellt aber keine realen Ereignisse dar, sondern Mephisto inszeniert diesen Akt wie ein Spiel im Spiel. Dieses Spiel ist sozusagen ein Simulacrum der Arkadien-Utopie der Liebe. Goethe konstruiert das, indem er Elementen aus dem antiken Helena-Mythos selektiert und sie wiederum mit Elementen des mittelalterlichen Kreuzzugs, des neuzeitlichen Arkadienkults und der zeitgenössischen Strömung von Greek Revival im Anfang des 19. Jahrhunderts neu kombiniert. Aber auch diese Utopie erlaubt kein dauerhaftes Glück, da Euporion aufwächst und aus der utopischen Höhle der Eltern ausbrechen und in die äußere Wirklichkeit eintreten will.
Nach dem Ende seiner Liebe zu Helena verwandelt sich der Charakter dieser Liebe in eine Liebe zur Menschheit, die Faust durch die Landgewinnung zu verwirklichen glaubt. Faust widmet sich wieder völlig seiner Liebe, und erst hier kann man von seinem Charakter als dem eines immer strebenden Menschen sprechen. Er zögert nicht mehr. Diese Charaktereigenschaft wird oft als das Faustische bezeichnet und als Wesenszug des modernen Subjekts identifiziert. Aber der andere Faust, der an seinem individuellen Leben scheitert, zeigt auch das Wesen des modernen Menschen, der immer mit sich kämpfen muss. Erst die beiden „Seelen“ zusammen zeigen das wahre Gesicht der Menschheit, das Goethe zeichnen will.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