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2013 서울대학교 우수리포트공모 장려상 수상, 서양근현대미술사 수업 A+ 리포트)
기존의 미술사 내에서 추상 미술의 등장은 대체로 형식적 측면에서의 혁신에 중점을 두고 논의되어 왔다. 그 과정에서 강조된 것은 큐비즘의 영향을 받은 20세기 초반의 화가들이 완전한 탈재현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나, 이를 통해 도달한 극단적 형식이 미니멀리즘의 등장에 미친 영향 등이었다.
물론 인상주의로부터 시작된 ‘회화의 자율성’의 추구가 야수파, 입체파를 거치면서 완전한 비재현으로 이어졌다는, 형식적 측면의 발전 과정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대상에서 벗어난 비구상 회화의 시작은 형식의 혁신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미술가들이 표현하고자 한 초월적 정신성(spirituality)에 의해 촉발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본 글은 20세기 추상 회화의 ‘정신성의 계보’를 살펴봄으로서 추상 미술의 내용적 측면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도모한다. 이를 위해 미술가들이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 어떤 정신성이었으며, 그것은 또한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었는가를 시대별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살펴볼 것이다. 먼저 추상 미술이 처음 시작된 1910년대의 선구자들인 칸딘스키와 몬드리안, 말레비치가 구현하고자 했던 신비주의적 정신에 대해 살펴보고, 이후 전개된 추상표현주의에서 이와 같은 경향이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로스코와 뉴먼, 라인하르트, 클랭, 마틴의 작품을 통해 알아볼 것이다.
목차
1. 서론
2. 추상 회화의 시작과 신비주의: 칸딘스키와 몬드리안, 말레비치
3. 추상 회화의 전개: 뉴먼, 로스코, 라인하르트, 클랭, 마틴의 색면 추상
4. 결론
본문내용
1. 서론
기존의 미술사 내에서 추상 미술의 등장은 대체로 형식적 측면에서의 혁신에 중점을 두고 논의되어 왔다. 그 과정에서 강조된 것은 큐비즘의 영향을 받은 20세기 초반의 화가들이 완전한 탈재현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나, 이를 통해 도달한 극단적 형식이 미니멀리즘의 등장에 미친 영향 등이었다.
물론 인상주의로부터 시작된 ‘회화의 자율성’의 추구가 야수파, 입체파를 거치면서 완전한 비재현으로 이어졌다는, 형식적 측면의 발전 과정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대상에서 벗어난 비구상 회화의 시작은 형식의 혁신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미술가들이 표현하고자 한 초월적 정신성(spirituality)에 의해 촉발된 것이라 볼 수 있다. 20세기 초 추상 미술의 포문을 연 칸딘스키와 몬드리안은 19세기 말 유럽의 세기말적 혼돈 속에서 대두된 반물질주의와 신지학의 영향을 받았고, 말레비치 역시 신비주의적 성향을 강하게 띄었으며, 이들 모두 추상으로의 이행 동기를 정신적인 것의 표현에 두었다. 추상미술의 미학적 근원이 된 상징주의 역시 신비주의적 색채나 종교적 관심과 깊게 연관되며, 흔히 추상의 한 연원으로 간주되는 큐비즘은 정신적 측면에 비하면 이차적 역할밖에 하지 않았다. 초기 추상미술은 이처럼 정신성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었으며, 이러한 연관은 자연적인 형상의 재현을 배제하거나 기하학적 형태를 기용함으로써 표현되었다.
유럽과 러시아에서 시작된 이들 추상 미술을 받아들인 전후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역시 마찬가지였다. 추상표현주의는 크게 폴록을 위시한 ‘액션 페인팅’과 로스코, 뉴먼 등의 ‘색면 추상’으로 분류되는데, 이들 가운데 색면 추상 회화를 제작했던 이들 대부분은 신비주의나 동양 사상의 명상성 등을 다양하게 흡수하여, 이러한 기반 위에서 비극과 숭고, 종교적 감정, 물질과 감각을 초월하는 정신적 경지 등을 표현하고자 했다.
본 글은 20세기 추상 회화의 이와 같은 ‘정신성의 계보’를 살펴봄으로서 추상 미술의 내용적 측면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도모한다. 이를 위해 미술가들이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 어떤 정신성이었으며, 그것은 또한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었는가를 시대별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살펴볼 것이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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