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일연의 『삼국유사』 편찬 의도는 정신적 가치를 등한시하는 오늘의 현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늘 우리 삶의 기반이 되는 정신세계가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그 실체는 무엇인가 하는 인문학적 의문을 던져주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생명의 문화가 아닌 죽음의 문화에 경도되어 있다. 더욱이...
『삼국유사』는 고려 충렬왕 때 일연이 만든 일종의 역사책이다. 『삼국사기』가 김부식이 여러 사관에 의하여 이루어진 정사(正史)로 엮은 것이라면, 『삼국유사』는 일연 혼자 수집한 이야기들로 채운 야사(野史)이다. 그런데 야사라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김부식이 의도적으로 누락한 역사들도 당시 남아있는 자료들을 통해 다시 싣고 있는 것이다.
『삼국유사』를 편찬한 시기도 고려의 혼란기로, 이전 삼국의 흥망성쇠를 돌아보며 현재 고려가 처한 위기 상황을 타기할 방안을 마련하고자 했다. 오늘날에도 『삼국유사』속 인물들이 시사하는 내용을 재해석해서 받아들이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삼국유사 인문학 즐기기』에는 『삼국유사』의 인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을 통해 나를 돌아볼 기회를 선사한다.
본론에서는 <9장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를 요약하고, 이것과 관련된 나의 경험과 견해에 대해 적어보도록 하겠다.
이 책은 우리 민족의 시원(始原)을 담은 『삼국유사』 속 인물들의 가치관, 인생관, 세계관을 다양하게 살펴봄으로써 오늘을 성찰하여 좀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가기 위한 지혜를 얻고자 했다.
다시 말해서 옛 인물들의 삶을 쉽고 재미있게 재조명함으로써 오늘의 현실과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여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기여하고자 했다.
04 사랑밖엔 난 몰라 _열정적인 사랑
먼저 수로부인의 지고지순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수로부인은 이틀에 걸쳐 두 가지 일을 경험하였다. 그녀는 두 번 다 바닷가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가 곤란을 당하였다.
그러나 남편인 순정공을 비롯한 주위사람들은 난처한 상황을 어찌 하지 못하였다. 그때 정체를 알 수 없는 노인이 나타나 두 번 모두 깔끔하게 해결해주었다.
노인은 ‘헌화가’라는 노래를 남의 부인에게 꽃을 꺾어 바치며 불렀다. 그래서 ‘헌화가’는 순수한 사랑노래가 아니라 또 다른 의미를 지닌 노래, 즉 제의와 관련된 노래라고 보기도 한다. 수로부인이 있던 바닷가 역시 제의를 행하던 장소였을 가능성이 크다.
삼국유사의 인물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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