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26세. 이제 절대 어리다고 말할 수 없는 나의 나이, 그래서 그런 걸까. 나는 내 마음을 읽을 수 없다. 정확히 무엇이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참 많이 복잡하고, 그냥 마음이 힘들다. 취업, 불안전한 미래, 거기다 폭풍 같이 휘몰아 친 시험과 과제의 압박까지 겹쳐 마음이 한결 더 무거워졌다. 이런 기분으로 심보선 시집을 훑어보면서 지금의 복잡하고 심난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그의 시에 공감할 수 있었다. 물론 그 마음을 다 이해하거나 전체를 공감했다고 말 할 수는 없다. 잠시 잠깐 깊은 고민과 생각을 필요로 했고 내면에서 나도 모르는 반발심이 생기기도 했으니깐.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결국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가치이며 도달하고 싶어 하는 가치인 인간적임에 어느 정도 맞 닿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인간적이라는 덕목이 결국엔 슬픔과 불행을 통해 드러나고 이루어져 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불현 듯 들었기 때문이다.
바람이 분다. 차갑게 와 닿는 밤공기가 목 언저리를 맴돌 때, 온 몸에 오돌토돌 살갗이 일어난다. 그러나 바람이 내 목구멍을 타고 심장으로 내려왔을 때에는 가슴이 시리다기보단 의외로 시원해짐을 느끼곤 한다. 심보선의 『슬픔이 없는 십오 초』는 나에게 있어 심장에 닿은 바람과 같은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시인의 독특하면서도 날카로운 언어 표현이 나의 심장을 때리고, 나의 가슴을 시원하게 열어주었으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해 주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작가의 시집 첫 페이지를 열었을 때 ‘이게 뭔 소린가.’ 싶었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책의 가장 앞부분에 나온 시집에 대한 설명이 하나 둘 이해되기 시작했다.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는 유머로 빚어진 아이러니의 세계이다. 자잘한 일상 속으로 거대 담론들이 비집고 들어오고, 심각한 허풍과 과장 속에 누추하고 슬픈 삶의 한 단면이 아프게 생의 절실한 무게를 환기시킨다. 보잘것없다고 짐짓 너스레를 떠는 화자의 유머 속에는 이 세계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숨겨져 있다.
심보선의 첫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초」를 읽으면 발견하는 사랑이 있다. 사랑이라는 것은 무척 아름다우면서 고귀한 것인데, 심보선의 시를 읽다보면 ‘사랑’은 무척 추하고 비천하면서 불안한 것이 된다. 나는 이 글에서 어째서 심보선은 ‘사랑’을 따뜻하고 어여쁜 것이 아닌 차갑고 추한 것으로 그린 것인지, 그러면서도 왜 그 ‘사랑’을 원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나는 이 글을 통해 시와 더불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심보선의 시집 두 번째 시, <식후에 이별하다>를 보자. 이 시에서 사랑은 흰죽으로 대표된다. 시 속에서 사랑은 ‘아무리 휘저어도 끝내 제자리로 돌아오는/ 이를테면 수저 자국이 서서히 사라지는 흰죽 같은 것’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화자는 그런 사랑을 ‘도무지 재미가 없다’라고 말한다. 시의 내용을 보면 흰죽을 먹고 이별한 연인의 모습이 그려지는데, 왜 그는 사랑을 ‘흰죽’에 빗대어 표현한 것일까.
독후감 슬픔없는 십오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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