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해방일지(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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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첫 페이지를 이렇게 시작한다. “아버지가 죽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평생을 정색하고 살아온 아버지가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진지 일색의 삶을 마감한 것이다.” 올해 여든둘. 사회주의자는 일상에서부터 유물론자로 살아야한다는 아버지는 “바짓가랑이에 붙은 먼지 한톨조차 인간의 시원”으로 여기며 함부로 털어내지 않는 분이다.

한국전쟁 발발 직전 스물셋의 청년(175쪽), 1927년 전후 출생한, 그리고 48년 겨울부터 52년 봄까지 빨치산으로 산 “전직 빨치산이었던 내 아버지 고상욱씨는 이십년 가까운 감옥살이를 마친” 인물이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고향으로 들어와 농사를 짓는 초짜 농부로 새출발을 한다. 1948년 초, 5∙10단선반대 유인물을 살포하다가 고문 후유증으로 사시가 되었다.

아버지는 한겨울 소쿠리를 팔러 온 아낙에게 하룻밤 편히 쉬고 갈 수 있도록 최대한의 극진한 식사와 잠자리를 대접한다. 척추협착증을 앓는 어머니는 한사코 반대했으나, 아버지한테는 그 아낙이 독립운동이나 학살당한 동지와 같은 “민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민중은 벼룩을 남겨두고 서까래에 매달아놓은 마늘 반접을 훔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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