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고한 수행자와 묵정밭 위 음유시인 - 장만호, 장석남의 상처를 대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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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칼로 살짝 베였던 곳엔 티눈이 났고 샤프심에 찔렸던 곳엔 점이 났다. 아프지도 않고 피가 그리 많이 나지도 않아서 그저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더니 그랬다. 팔꿈치에 붙은 피딱지를 몇 번 긁어 떼어낸 곳엔 살들이 부풀어 올라 앉았다. 작은 흠집들이래도 그랬다. 무심결에 지나가고 나면 흠집들은 상처가 되었다. 그러고선 내 몸 곳곳에 숨어서 기분이 좋지는 못하게 키득거렸다. 신경이 쓰인다는 건 그럴 때였다. 상처란 개의치 않을 것 같았던 곳에서부터 뭉근히 우러나오는 과거의 흔적들이었고, 생각보다 선명해져서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그런 것이었다. 이러한 상처의 성질은 장만호, 장석남의 시에서도 드러난다.
장만호, 장석남 시인이 가지고 있는 시적 화자는 상처들이 많다. 곳곳에 숨겨져 있는 상처들은 아직 다 낫지를 못해서, 소금물이 들어간 듯 쓰라리고 따갑기도 하다. 그런데 두 화자의 눈빛이 다르다. 장만호 시인의 화자는 온 몸에 상처를 안고 가겠다는 비장한 눈빛인데, 장석남 시인의 화자는 어딘가를 고요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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