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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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초반 교환연구생으로 한국을 찾은 줄레조는 서울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를 보고 큰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한국의 아파트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하기 시작하고 결국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책이 나오게 된다. 이 책을 읽어 보면 어떠한 행위에 대한 본질은 그 내부자보다 외부자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파트는 한국의 독창적인 문화코드로 이미 자리 잡았다. 프랑스에도 대규모 아파트가 있지만 대부분 유럽에서는 아파트보다 정원이 딸린 개인주택을 선호하는 것이 사실이다. 프랑스 파리의 경우 아파트는 70년대 젊은 부부들이 선호했던 주거유형이였지만 그들의 소득이 증가하고 결국 개인주택으로 옮겨 가면서 아파트는 점점 슬럼화가 진행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 2000년대 중반 파리 폭동의 진원지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유럽에서 아파트라는 존재는 이민지를 비롯한 빈민계층의 주거지이고 경찰관들조차 들어가기를 꺼리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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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편리를 위해서라면 이러한 수고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한옥에서 마당의 역할을 아파트에서는 베란다나 다용도실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중앙난방식 생활양식은 오히려 온돌에 근거한 한국식 생활양식을 바탕으로 한 기술적 진보라는 것이다. 서구식이 아니라 단순히 기술적 진보에 따른 편리함의 증가를 우리는 서구식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또 아파트는 한국인에게 물질적인 것인 동시에 정신적인 것이라는 부분을 이야기한다. 줄레조는 이 책에서 한국식 유교주의 사회의 특성을 읽어낸다. 결혼이나 이사를 할 때 부모의 재정적 도움을 자식들은 `갚을 수 없는 빛`으로 생각해 이 문제를 부모에 대한 감사와 효도라는 다른 차원으로 바꿔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부모들은 퇴직을 할 때 퇴직금을 자녀들에게 주고 자녀 집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사회보장제도가 취약한 한국 사회에서는 퇴직자들로 하여금 자녀들의 물질적인 도움에 의존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즉,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라는 것이 얼마나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지, 우리가 이것에 왜 이렇게 집착하는지 잘 나타낸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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